한동안 주춤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홍콩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AP·AFP·로이터통신과 CNN방송은 14일(한국시각) 현재 전 세계 사스 환자가 3300명을 넘어섰으며, 그 중 144명이 사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국 정부 집계를 종합해 보도했다.

캐나다의 경우, 13일까지 발병자 283명, 사망 14명으로 비(非)아시아지역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홍콩에서는 14일 하루 동안 사스 환자 7명이 한꺼번에 숨지고 40명이 새로 발병해, 지난 2월 말 사스 환자가 홍콩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악의 날’을 기록했다. 홍콩에서는 사스가 젊은이들의 목숨까지 빼앗고 있다. 사망자 중 지병 환자는 66세 노인(여)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40~52세의 건강한 중년들이었다. 12일 사망자 3명 중 2명도 30대였다. 홍콩 감염자 수는 총 1190명이며 사망자는 47명. 사망자 중 60세 이하가 약 30%를 차지했다.

한국 금융기관·현지 상사·기업인들도 사태 장기화에 당황하고 있다. 다만 ‘감염자 발생 강제검역 업무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비상대책 시행에 이미 돌입했다. 다행히 7000여명의 교민·주재원들 중 감염자는 없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홍콩사무소가 입주한 리포(LIPPO)센터 13층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계속 강해지는 바이러스, 젊은층도 사망 =13일 밤 의원관리국 류사오화이(劉少懷) 고급행정경리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이날 사망한 5명은 입원 후 차도가 있었지만 돌연 악화돼 숨을 거뒀다. 그간 효과를 봤던 리바비린(Ribavirin·항바이러스제) 등이 일부에게는 먹히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다. 홍콩대 위안콕융 교수(미생물학)는 “결론 내기는 이르지만 사스가 악성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도 늦게 병원을 찾으면 사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홍콩섬 쯔완(紫灣)에 위치한 가오웨이맨션(高威閣) 아파트 주민 9명이 또 집단 감염됐다. 위생서측은 “주민 1명이 사스에 걸린 이후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아파트를 마구 출입하면서 이웃 주민들에게 사스를 전염시켰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대피하고 남아 있는 주민들은 별로 없는 상태지만 초기 감염 여부를 확인 못해 불안한 상황이다.

◆ 한국 교민들 불안, 비상대책 =한국계 은행 현지법인들은 비상시 가동할 ‘비상대기 교대근무조’를 편성했다. 환자 발생 후 사무실이 폐쇄될 경우, 업무를 지속할 대기인력이 절실하기 때문. 조흥은행 김용길 법인장은 “이제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비상근무조를 편성하고, 은행 업무를 서울·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처리하는 비상대책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상사들도 수주·거래처·금융자료 등을 제3의 장소로 이전시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LG상사 송치호 법인장은 “사무실 폐쇄에 대비, 업무 필수자료 모두를 복사해 별도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금융기관 등은 “사태가 더 악화되면 자금결제 지연 등 일부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홍콩·마카오 일대 현장 10곳에 모두 7000여명의 임·직원(현지 협력업체 포함)이 포진한 현대건설도 비상대책을 시행 중이다. 김선규 상무는 "감염자가 발생해도 현장 복구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홍콩 정부와 의료진·발주처와 사전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상하이은행은 모든 중요 업무와 직원들을 2곳으로 나눠 별도센터에 분산 배치했다. 한 센터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폐쇄하고 제2의 센터에서 업무를 정상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콩=李光會특파원 santaf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