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사진부장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임채정)가 ‘너무한 당신’이라는 제목으로 오보와 관련된 백서를 내놓았다.100여 페이지의 분량으로 이중 조선일보와 관련된 것이 10여건 이었다. 그중 특히 사진과 관련된 사례가 지적돼 있어 담당 사진부장으로서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1월 14일자 종합4면과 동아일보 5면에 실린 사진이 사례로 인용되어 있었다.
오보백서가 본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사진의 내용은 김석중 전경련상무의 1월10일자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인수위의 목표는 사회주의' 발언파문과 관련해 전경련이 회장명의의 사과문을 인수위의 정순균 대변인에게 전달하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조선일보 기자가 취재한 것이 아니고, 인수위의 요구에 의해 각사 사진기자중에서 대표로 한 사람을 현장에 보내 촬영한 것이다. 당시 인수위는 모든 기자가 자유롭게 취재 할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하지 않았다.(청와대도 그렇지만)

한국,국민,매일경제가 게재한 사진(왼쪽)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게재한 사진(오른쪽)

오른쪽의 사진은 사과문을 전달받는 장면이며 왼쪽의 사진은 전달받은 후 악수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을 두고 청와대는 전경련 관계자와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이 악수하는 왼쪽 사진을 사용하지 않고 전경련의 사과문을 한 손으로 받으며 애써 외면하려하는 오른쪽 사진을 게재하여 신문사의 의도에 따라 인수위의 고압적 측면을 부각하려 했다며 대표적인 과장 왜곡보도사례로 꼽았다.
왜 하필이면 조선이나 동아만 다른 좋은 사진(왼쪽)도 있는데 한 손으로 받는 장면(오른쪽)의 사진을 게재했느냐는 것이다. 인수위에서 백서로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야심차게 내놓은 오보 및 왜곡 편파보도의 사례가 이 정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왼쪽의 사진은 전경련 관계자가 인수위 대변인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는 정보 이외는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한 사진인 반면 본보에서 게재한 오른쪽 사진은 어색해하는 대변인의 표정과 눈치를 살피는 전경련 관계자와의 분위기가 담겨져 있다.

왼쪽사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에게 몇 가지 묻고 싶다.
신문에서 좋은 사진이란 어떤 사진인가?

사진에 나온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사진, 자신이 잘 나온 사진이 좋은 신문 사진인가?
한 손으로 사과문을 받은 것이 사실이 아닌가?
정말 신문 사진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한 가지 알려주고 싶다.

신문사진이란 단순히 어떤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정보와 메세지를 전달 해 줄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가 될만한 찰나의 상황,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흘려버릴 수 있는 절묘한 순간을 포착하여 그 분위기를 잡아내는 것이 사진 기자들의 능력이다.

이것이 왜곡편파보도라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
모든 기사가 그러하듯 사진도 독자에게 서비스하는 것이지 피사체 즉 사진의 당사자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잣대로 좋은 사진과 악의적인 사진을 규정하여 사사건건 딴지를 건다면, 과연 누가가 누구로부터 핍박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노대통령은 언론으로부터 대통령이 핍박받고 있다고 했다)

오보백서를 작성한 담당자가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없고, 자신에 불리한 기사는 무조건 악의라고 보는 편협된 시각에서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권력의 주변에서 그 눈치만 보는 언론이 정도이며 그러한 언론을 만드는 것이 언론개혁인지 묻고싶다.

‘너무한 당신’이라는 오보백서의 제목은 오히려 우리가 인수위에서 오보백서를 작성한 관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김주호 사진부장 juho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