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도 'NG'일 것이다.
연출자가 의도하는 단 한컷을 위해 수십 차례 반복 촬영하는 것은 영화
촬영시 흔히 있는 일. 히치콕의 '사이코'에서 자넷 리가 모텔에 투숙한
뒤 노파로 가장한 앤서니 퍼킨스에 의해 샤워 도중 칼에 찔려 살해되는
장면을 무려 70여 차례 반복 촬영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
때문에 자넷 리는 평생을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았다는 후일담도 남겼다.
이런 반복 촬영으로 인해 동일한 상황에서 앞 뒤 장면이 불일치되는
실수가 여러편의 영화에서 노출되고 있다.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부치(폴 뉴먼)와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는 갱단을 이끌고 은행
전문털이범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기병대에서 쫓기는 급박한 와중에
부치는 선댄스의 애인 에타(캐서린 로스)와 과수원 길에서 B. J.
토마스가 불러주는 테마곡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의
선율에 맞추어 자전거 타기를 한다. 처음 에타는 자전거 핸들 앞에 타고
있다.(사진-1) 이어 사과를 딴 뒤에는 안장 앞으로 위치가 이동해 있는
불일치 장면을 보여줘 여러차례 거듭되는 촬영에서 발생한 실수
장면이었음을 엿보게 했다.(사진-2)
형사 딕 트레이시와 악당 빅보이와의 전면전을 다룬 '딕 트레이시'. 딕
트레이시는 좀도둑 키드를 레스토랑으로 데려간다. 빵과 우유를 허겁지겁
먹는 키드. 이를 보고 딕 트레이시는 레스토랑에 있는 친구 마이크를
불러 키드를 소년 보호원에 보낼 것을 상의한다. 이에 키드는 자리에서
도망치다가 잡혀 방금 전 식사한 자리로 되돌려 앉게 된다. 이 장면에서
키드는 컵에 담겨 있는 우유를 모두 마셨는데 자리로 다시올 때 우유는
다시 반쯤 채워져 있다.
007시리즈의 7탄인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본드(숀 코너리)와 본드
걸(질 세인트 존)은 무스탕을 몰고 남아프리카에서 밀수된 막대한 양의
다이아몬드를 탈취한 악당 블로펠드 일당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인다.
골목길에서 무스탕을 몰고 피신할 때 오른쪽 바퀴를 치켜 세워 드는
묘기로 좁은 골목길을 달리는데 골목길을 나올 때는 왼쪽 바퀴가
비스듬히 허공을 향해 세워진 상태에서 빠져 나온다.
긴박한 추격 장면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는
전후 장면이 일치하지 않는 액션 장면이 빈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관객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더욱 숨가쁜 활극 장면을 시도하고 있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전해진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앞 뒤 장면의 부조화에 대해 '뒤범벅
Mishmash'이라며 실수를 자인하고 있어 열혈 관객들의 시선도 뒤숭숭하게
만들어 놓고 있는 중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