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지를 뒤흔드는 폭발음과 기관총 소리. 굉음을 내며 저공 비행하는
전폭기 소리. 이틀째 미군과 이라크군의 교전이 벌어진 바그다드는
공포와 긴장감이 가득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며칠째 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겨 적막한 거리엔 민병대원들이 바리케이드
뒤에 몸을 숨긴 채 경계를 서고 있다. 병원들은 부상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의 미군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것.
불안감에 도시를 벗어나려는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자에서, 바그다드의 병원들이 격렬한 시가전에 따라
사상자로 넘쳐나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 말을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십자사 요원의 말을 인용해
"바그다드 시내에서 시간당 평균 100명의 민간인 부상자들이 병원에
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적십자사는 너무 바빠 희생자 숫자를 세는
것도 중단했으며, 병원에서는 의약품이 부족해 절단 수술조차도 충분한
마취제 없이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바그다드의 알 킨디 병원
시체안치소 밖에는 폭격 희생자들의 주검이 담긴 자루가 쌓여있는
상태다. AP통신은 미군의 공격으로 희생자가 늘어나 주민들의 적개심이
한층 격해졌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이날 바그다드 시민 수백명이 매트리스와 주방용품을 들고
동부와 북부 쪽으로 피란 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바그다드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카페 앞에 줄을 늘어서
있고 상점들이 영업하는 등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시가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하거나 민간시설을 방패로 삼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데다, 미·영군도 자살공격을 우려해 접근하는 이라크인들에게 사격을
가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우디 영자지인 아랍뉴스는 8일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한 이라크
병사가 민가로 들어가 전투기에 사격을 가하자, 이 전투기는 무차별
사격을 가해 50여명의 주민들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토마토를 실은 트럭을 운전 중인 한 이라크인은 미군 검문소에서 영어
명령을 알아듣지 못한 채 계속 운전하다 미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미군 해병대는 7일 부대원들에게 '자살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다가오는 수상한 민간인이나 차량에 대해 두 차례 경고 사격 후 사격을
가하라고 명령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8일 "미군이 본사 바그다드 사무소에도 포격을 가해
타리크 아유브 특파원이 숨졌다"며 "사무실은 주택가에 있고, 근처에
군사시설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전 개전 이후 민간인 피해 현황은 아직까지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지난 4일 "125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50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했고,
'이라크바디카운트'라는 웹사이트는 각종 보도를 토대로 "최소 899명,
최대 107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집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