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국세청을 이용한 한나라당 대선자금 모금 의혹사건인
'세풍(稅風)'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특수1부는 8일 수사 결과를 발표,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 등이 한나라당 후원 기탁금 고액 미납자
명단 등을 토대로 납부를 독촉하는 등 23개 기업으로부터
166억3000만원을 불법 모금한 것이 전모라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4년7개월여 만에 미국에서 송환된 이씨는 지난 7일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로써 세풍 수사는
막을 내렸다.

검찰은 그러나 최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법 모금을 사전에 알거나 사후에라도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99년 대검 중수부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와 마찬가지로
관련자들이 모두 부인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석희씨는 "대선 기간 중 이 전 총재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고, 서상목(徐相穆) 전 의원은 "이 전 총재에게는
모금 사실이 문제가 된 직후인 98년 8월 총재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끝나고서야 사후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97년 10월 임 전
국세청장을 직접 만나 모금을 격려하기도 했던 이 전 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는 지난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이유 등을 들어 " (이 전 총재의 개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싶었지만 내리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임채주(林采柱) 전 국세청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97년 12월 초순쯤 전화를 걸어와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 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임채주씨의 말대로라면 이 전 총재가 모금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
되지만, 긴 대화가 아니라 단 두 마디에 불과한 통화라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한나라당 의원 10여명과 대선 취재 기자 등 언론인 10여명이
불법 모금한 대선 자금 중 일부를 이석희씨로부터 직접 받거나,
한나라당을 통해 받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공소시효(5년)가 끝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취재 기자와 언론사 고위 간부 등인 이들
언론인들은 계좌 추적 결과 수백만원씩을 수표로 받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