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는 자폐아. 그들은 인생을 '섬'처럼 떨어져
살아가고, 자신만의 '터널'을 고집한다. 그래서 자폐증은 질병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쌓고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에 결함이 생긴 '자폐
증후군'으로도 표현된다.
최근 자폐 아동이 늘고 있다. 국내에 보건당국의 공식통계는 없지만,
소아청소년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최근 수년간 병원을 찾는 자폐 아동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폐증 전문을 표방하는 의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고, 인터넷상에는 자폐아 부모들의 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자폐아는 통상 1만명당 5~30명 태어나며, 국내 자폐 아동은 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자폐 아동이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대부분 자녀 수가 1~2명이어서
아이의 발달 상태에 대한 부모의 세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발견
자체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신석호 신경정신과 신 원장은 "과거에는 만4세가 넘어서 자폐아로
진단받는 아이가 환자의 절반을 넘었지만, 지금은 대개 2~3세에 조기
발견되는 아동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유아기에 TV·비디오·컴퓨터게임 등에 과다하게
노출되면서 친구 등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회성 결함' 형태의 자폐증이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맞벌이 부부·핵가족 문화 등과
맞물려 유아기에 그런 환경에 방치되는 아동들이 많아졌다"며 "그것이
자폐증 발생의 원인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자폐 요인을 갖고 태어난
아이에게 증상을 촉발하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자폐 아동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제대로 치료하고 교육할 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교회·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복지관 프로그램에 들어가려면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기자가 줄서 있다. 사설
특수교육시설은 한 달 비용이 족히 100만원이 넘어, 일부 계층에만
국한된 일이다.
자폐증은 언어발달치료·인지능력 향상·사회성 증진 치료 등을
통합적으로 꾸준히 받아야 호전된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연계돼야 한다. 2~3세에 조기진단한 후, 엄마와의 '애착
증진 프로그램'→ 유아기의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초등학교 시기의
특수 교육 청소년기의 재활 프로그램→직업 교육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서초발달장애어머니회 황계숙 고문은 "자폐 아동은 다른 신체 장애아와
달리 보호자가 24시간 붙어 지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위한 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이들이 성인이 돼서
나중에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 아동들이 갈 데가 없다 보니 근거 없는 치료법에 매달리는 경우도
많다. 김붕년 교수는 "돼지의 호르몬인 소화효소 '세크레틴'을
주사하는 대체요법이라든가 비타민이 좋다는 말에 다량의 비타민을
먹이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는 부모들도 있다"며 "보건당국과 학회가
자폐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무분별한 의료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