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 요즘 경제계 화두 중의 하나는 이라크의
전후 복구 사업이다.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후 복구
사업을 향해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익 확보를 위해 또 하나의 치열한
물밑 '경제 전쟁'을 시작했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과 영국 주도로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연합국의
거대 기업들이 사실상 굵직한 사업을 수주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반전(反戰) 무드에 휩싸여 자칫 국내 기업들이 실속을
차리지 못할까 걱정되는 시점이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에도 전후복구 사업이 200억달러 이상에
달했지만, 국내 기업의 건설 수주금액은 고작 5000만달러에 불과했었다.
이때문에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다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저 수동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아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우리 건설산업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재도약하는 일대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국내 건설산업에 대한 철저한 현실파악이 필요하다.
한국 건설산업은 한때 국내 총생산(GDP) 기여도가 20% 이상을
차지했었고, 70년대 오일 쇼크로부터 한국경제를 구해내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한국 건설산업 연구원에 따르면 해외건설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97년 4.5%에서 2002년 2.9%로 매년
낮아지고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는 97년 3.7%에서 2001년 5.4%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우리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적자 수주와
공사수행 잘못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경쟁력 부족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대형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나 업계가 철저히 현실을 파악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건설업계의 자체 경쟁력 확보이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보다 건설 공사비가 30% 이상 더 소요되고, 건설 공기에 있어서도
더욱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선진국의 거대 회사들과 손을 잡거나 신기술을 개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CM(ConstructionManagement)기술 등을 활용,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일본보다 빠르고 견고하게 지어낸 저력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
건설업계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건설사업관리 등 건설 부가가치를
높이는 업계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에서 지금부터 정치·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국가의 정치·외교적 역량은 해당 국가의 건설업체가
국제 건설시장에서 수주활동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영향력은 장기간에 걸쳐 쌓인 국가간의 유대 관계, 상호 이익 여부
등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작용한다. 특히 이라크 특수와 같은 경우에는
더욱 국가 간의 유대관계 같은 경제 외적인 요소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러한 중요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이라크
특수 살리기에 정치·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쟁의 양상은 점차 결말로 다가서는 분위기다. 종전 이후 이라크
복구사업에 우리 건설업체들이 참여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 정부와 건설업계는 경쟁력을 높여 중동 특수를
국내 건설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金鍾勳 ·한미파슨스(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