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선 "호남 의원들 얼굴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 들린다. 국회 회기 중에조차 "지역구 가셨다"는 응답을 듣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호남 의원들이 내년엔 총선다운 총선을 처음
치르게 될 모양"이라는 말이 나온다.
88년 이후 호남 선거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공천이 사실상
당선을 보장했다. 네 차례 총선에서 DJ의 공천자 141명 중 133명이 당선,
당선율이 94%를 웃돌았다. 그래서 호남 의원들은 지역구보다 공천권자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 'DJ 우산' 안에 숨을 수
없고, 그래서 자기 발로 지역구를 지켜내야 할 처지다.
동교동계 의원들부터 달라졌다. 한화갑(韓和甲) 의원은
원내총무·사무총장·대표 등을 거치느라 1년에 지역구에 두어 번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2월 23일 대표직을 그만둔 이후 한 달여 동안
세 차례 지역구를 찾았다. 최근 지구당원 100여명을 경주로 불러 1박2일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한 의원은 "지역구를 통 못 챙겼더니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더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金弘一·전남
목포) 의원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지역구에 들르고,
정균환(鄭均桓·전북 고창·부안) 원내총무는 특검법 협상 와중에도
수시로 지역구를 오갔으며, 지난 총선 때 전국구로 물러앉은
최재승(崔在昇·전북 익산), 윤철상(尹鐵相·전북 정읍) 의원은 지역구
탈환을 위해 구석구석을 누빈다는 소문이다.
김상현(金相賢·광주 북갑) 의원은 작년 10월 1일부터 매주 화요일 아침
6시반 지역구 청소를 하는 '환경의 날' 행사를 갖고 있다. 당원
300명에 주민 300명 정도가 함께 치르는 행사를 매주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벌써 27회를 맞았다. 전갑길(全甲吉·광주 광산) 의원은 매주
금요일 지구당원으로 구성된 축구팀을 이끌고 지역구 내
조기축구회팀들과 순회 경기를 하고 있다. 함께 땀 흘리고 나서 목욕한
뒤 맥주 한 잔하는 이 행사는 "조기축구팀 회원들은 대부분 동네에서
말깨나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라 효과 만점"이라는 게 전 의원측
설명이다.
전남 담양·곡성·장성이 지역구인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3개 군별로 3500명씩밖에 의정보고 대회를 못했다"고
걱정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말이 3500명씩이지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20세 이상 유권자 기준으론 15%쯤을 직접 접촉했다는 얘기다.
분구 가능성이 높아 출마 예상 후보가 20여명이 넘는 전주 완산의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3월 한 달만도 6차례 지역구에 내려갔고, 문상할
일이 있으면 밤 10시에도 서울에서 전주로 내달린다.
이강래(李康來·전북 남원·순창) 의원은 3월의 절반 이상을 지역구에
머물며 20여개 면을 완전히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