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자로 변신한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손정은씨. 그는 대학 때부터 영화를 포함한 종합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구상했다고 밝혔다.<a href=mailto:leedh@chosun.com>/이덕훈기자 <


지난 78년 대학원생 신분으로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됐던 손정은
(48)씨가 제작자의 신분으로 영화계에 돌아왔다. 멜로영화
'하늘정원'을 제작한 영화사 '㈜두손드림픽쳐스'의 대표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손씨는 미스코리아 당선 후 80년대에
방송·연극·영화·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던 '전천후
문화인'. 한동안 개인사업을 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하늘정원' 시사회장에서 인사를 하기 위해 20여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여전히 30대 초반 같은 젊은 모습이었다.

"영화 제작을 포함한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업은 대학교 때부터 구상해
왔어요. 특히 연기 아카데미를 세워서 배우를 육성하는 게 꿈이었죠.
'하늘정원'을 첫 테이프로 영화 제작사업을 먼저 시작했지만, 연기
교육과 매니지먼트사업도 곧 출범할 거예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손씨는 80년대 초 연극·영화·문학 등 각기
다른 분야 활동으로 신문에 등장하던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은 발레리나. 중·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반대하는 가운데 혼자
발레를 배워 큰 대회에서 상을 탈 때도 가족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해가며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학칙이 엄격한 이대 대학원은 미스코리아 당선을 퇴학 사유로 지목했다.
결국 그는 졸업장 대신 미스코리아를 택했고, 자퇴 후 중앙대 대학원에
무용교육 전공으로 재입학했다.

이즈음부터 손씨는 공연 쪽에 빠져 들었다. 우연히 연극·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문화인 모임인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에 합류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는 모임 사람들과 공동 기획한 '오늘 같은 날'
'십이야' 등의 연극에 출연했고, 영상소설 '불새'를 출간하는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79년 영화 '광염소나타(감독 고영남)'에 한진희와
함께 출연해 영화배우로 데뷔하는가 하면, 80년에는 TBC '쇼쇼쇼'의
MC까지 하게 됐다. 당시엔 드물던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성격이 급해서 똑같은 일을 계속하는 걸 못해요. 연극을 그만둔 것도
그래서예요. 똑같은 말과 행동만 반복하니까 죽겠더라고요. 제가
겉보기와는 달리 안으론 불덩어리거든요."

부모 도움으로 82년부터 서대문에서 '푸른극장'을 운영한 손씨는
84년부터 영화 제작으로 눈을 돌렸다.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
멤버들과 함께 영화사 '김필름'을 설립해 내놓은 작품이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85년)', '미리 마리 우리 두리(87년)' 등이었다.
얼마 후엔 '진하게 블랙으로'라는 소설을 펴내 '미스코리아 출신
소설가'로 눈길을 끌었다.

"사업가적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집을 사면 집값이 오르고, 이런
옷이 뜨겠다 하면 정말 유행하는 식이거든요.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그동안 손해본 게 별로 없어요."

그는 자신의 사업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잠이 없는 점'을 꼽았다. 워낙
잠이 없어서 새벽 2~3시에 잠들어도 6시면 눈이 번쩍 떠진단다. 미인은
잠꾸러기라지만 손씨는 밤을 꼬박 새도 멀쩡하고, 밥도 잘 먹는 건강
체질이다.

"미스코리아 된 걸 계기로 특별히 인생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나름대로 내가 하는 일에 관한 한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항상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붙는 현실이 예전엔 참
싫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교만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는 "사업차 외국에 나갔을 때도 영화사 대표로 소개했을 때보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걸 알린 후에 훨씬 더 정중한 대접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외국인들이 미스코리아 얘길 듣더니 다음날부턴 호텔 앞으로
리무진을 보내더라고요."

"일을 벌여 놓으면 힘이 난다"는 손씨는 요즘도 항상 '어떻게 하면
좀더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할 때도
스태프들이 밥 많이 먹고 따뜻한 데서 작업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아낌없이 지원할 생각이에요. 제작비 절감도 좋지만 스태프들이 추위에
떨고 굶주리면서 일하는 건 못 봐요."

고생이라곤 별로 안 해본 사람 같다고 하자 "이게 다 고생이죠. 쉴 틈도
없었고 개인적 시간도 없었잖아요. 연극 한 편, 영화 한 편 하는 게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인데요."

무용에서 영화 제작까지 건드려보지 않은 분야가 없는 손씨는 "여성들은
나이 들어 갈수록 모험이나 도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나의 과거보단 미래에 주목해 달라"며 종합
엔트테인인먼트사업에 강한 의욕과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인생에 숨어
있을 또 다른 사연들이 궁금했지만 손씨는 "사생활은 철저히
비밀"이라며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