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20분 산불예방 계도방송을 하던 경비행기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 야산에 추락해 경비행기를 조종하던 김진소(金振昭·55·4급 공무원·삼척시 당저동)씨가 사망했다.
삼척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인 김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 자신 소유의 호주산 자비루2200 경비행기(시가 4000만~5000만원)를 몰고 삼척시 근덕면 맹방리를 이륙해 삼척 도계지역을 돌며 산불예방 홍보활동 중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난해 11월 경비행기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김씨는 지난 2월 이 경비행기(최고시속 180㎞)를 자비로 구입해 3월부터 매주 휴일마다 삼척 일대를 1시간 가량씩 순회 비행하며 산불감시활동을 해왔다.
김 소장은 산불감시를 위해 경비행기를 운행했지만 구입초기 때부터 유지비는 전액 자기호주머니에서 지출했다. 시예산은 한푼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평소 비행 중 입산금지구역에 출입자를 발견하거나 산불감시초소에 직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으면 시청 산림과와 농촌지도소에 이동전화로 이 같은 사실을 일일이 알려주었으며, 농촌에서 볏짚을 태우는 일이 있을 땐 저공비행하며 마이크로 직접 경고 방송을 하기도 했다.
김 소장이 이 경비행기를 구입할 당시 주변 눈총이 없지 않았다. ‘무슨 공무원이 자가용 경비행기를 타느냐’는 거였다. 하지만 2인승의 이 경비행기는 그리 고가도 아닌 데다 유지비도 3000㏄급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이고, 김 소장이 부농(富農)의 아들이면서 ‘깨끗하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같은 시선은 누그러들었다.
지난 67년 농촌지도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 소장은 ‘화상영농시스템’을 강원도 내에서 가장 완벽하게 구축하는 데 앞장섰으며 네덜란드 수입산인 백합종구의 국산화, ‘삼척 왕마늘’의 브랜드화 등 농업 선진화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김 소장과 함께 근무해왔던 김백호(38) 지도사는 “독서량도 많고 말씀도 조리있게 잘 하셔서 군부대·여성단체·대학의 강연 초청이 쇄도했었다”며 “미래를 보는 눈이 직원들보다 5~6년은 앞서가 결재를 받을 때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건교부 소속 항공담당팀의 현장 검증과 정밀 분석이 끝나야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평소 김 소장이 시속150㎞가량으로 저공비행을 자주했다”며 나무, 산 등 장애물에 부딪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편 삼척시청은 7일 오전 9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시 공무원이 참가한 가운데 시청앞 광장에서 영결식을 치를 계획이다. 김 소장은 부인(51)과 1남1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