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서 존재자로

(에마뉘엘 레비나스 지음/서동욱 옮김/민음사/1만5000원)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1906~1995)는 현대
유럽 철학의 화두인 '타자(他者)'의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인물이다.
2차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쓴 이 책은 타자를 동일자인 '나'로
환원하려는 전체주의적 시각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흑인과
에스키모를 현미경으로 연구·지배했던 서양 근대과학의 승리 뒤에는
타자를 '대상화'하는 주체의 폭력적 힘이 깔려 있었다는 것. 내가
규정할 수 없는 '남'은 무한자이며, 타인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무한한
시간을 나의 것으로 소유하는 '구원'의 길로 통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