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한때 서울의 종합주가지수가 휘청했다. 세계 최고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이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뉴스 때문이었다. MBC 방송이 처음 보도하고, 곧 이어 다른 방송과 주요
신문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이 뒤를 따랐다. 하지만 이는 곧 만우절용
장난 기사로 밝혀졌다. 미국 CNN방송의 인터넷 사이트를 본따 만든 한
홈페이지에 실린 '믿거나 말거나'식 기사에 국내 방송들이 감쪽같이
당한 것이다.
세계 주요 언론들도 대개 한두 번 이상 만우절에 속아 넘어간 경험을
갖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98년 만우절 때
맥주회사 '기네스'에 보기좋게 당했다. 이 회사는 새 밀레니엄에 맞춰
세계 표준시인 '그리니치시간'을 '기네스 시간'으로 바꾸고 매시간
정각에 나오는 시보(時報)를 '뚜 뚜 뚜'에서 맥주 방울 떨어지는 '똑
똑 똑'으로 변경한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시점
제한(엠바고)까지 붙은 그럴 듯한 내용에 깜빡한 파이낸셜 타임스는
엠바고까지 깨고 다음날 신문 1개 면의 절반에 걸쳐 이를 보도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르몽드지(紙)도 러시아 언론만 생각하면 혈압이
오른다. 지난 2000년에도 러시아의 한 신문이 옐친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인용했다며 "푸틴이 후계자가 된 것은 사냥 솜씨 때문"이라는 장난
기사를 게재한 것을 그대로 보도해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언론은 만우절 기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유력 신문이 아예 만우절 기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99년 오부치 당시 총리가 정·관계의 인재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바 '각료 빅뱅법안'을 준비 중이고,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대처 전 영국총리,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등이 입각 예정자라고 보도한 것이다. 일본의 정치 리더십에 대한 풍자를
곁들인 장난 기사인데도 당시 국내 MBC방송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크게
다뤘다가 '낯이 좀 깎였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아예 만우절 오보를 유도(?)했다. 97년
4월1일 갑자기 백악관 브리핑룸에 나타난 클린턴은 맥커리 대변인이
어두운 백악관 계단에서 미끄러져 무릎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며
25살짜리 공보실 직원을 후임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CNN이 한때
정규 방송까지 중단하고 이를 보도했지만 곧 장난임이 드러나 모두 웃고
넘어갔다. 정부가 선포한 '오보와의 전쟁'에 반(半)강제로
'참전'하게 된 한국의 신문들로서는 꿈도 못 꿀
여유들이다.
(朴斗植논설위원 ds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