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서동구(徐東九) KBS 사장이 2일 제출한 사표를
3일까지도 수리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나아가 서 사장이 제출한 사표를
먼저 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4일로 예정된 KBS
이사회가 새로운 사장 제청 절차에 들어가면 그때 서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것이다. 즉 후임을 뽑더라도 현 이사회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는 5월로 임기가 끝나는 현 이사회 대신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사장을 제청해야 한다는 KBS노조나 야당측의 요구와 충돌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서 사장이 사표를 제출했음에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문제를
풀어가려는 것일까? 서 사장 사표를 즉각 수리할 경우 집권 후 첫 인사
실패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들이 우선 제기된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청와대와 내각
인선에서는 언론이나 야당이 아무리 비판하는 경우라도 해당 인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번의 경우는 특히 서 사장 개인보다는 그를 선택한 노 대통령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노 대통령은 2일 압력은
가하지 않았다면서도 자신이 서 사장을 추천한 사실은 시인했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노조가 반대한다고 해서 위원회에 또 뜻을
전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추천했다가 철회한 것을 이사회가 선출했으니 수습도 현 이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 궁색한 논리이지만, 이를 통해
'개입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S이사회 지명관(池明觀) 이사장은 3일 노 대통령의 해법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 "새 사장의 임명제청은 새로 구성될 이사회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