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분열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 D여고 전교조 교사들이 재단 비리를 주장하며 교내 운동장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a href=mailto:jpkim@chosun.com>/김진평기자 <

사립학교인 서울 A고에서는 작년 말부터 재단과 교사 간 의 마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 등 한쪽에서는 "이사장·교장 입맛에
맞는 교사들만 승진하고 있다"며 "이사장의 인사권 횡포를
차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 학교 교장은 "법으로 정해 놓은
교장의 권한을 힘으로 밀어붙여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한다"고 일축하고
있다. 한 평교사는 "교사끼리도 서로 '좌익' '재단의 앞잡이'라며
헐뜯고 있다"고 말했다.

교단(敎壇)이 갈라지고 있다. 인화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했던 교단엔
이제 반목과 상호비방, 비아냥거림, 적개심, 편가르기가 넘쳐난다. 특히
교단이 한국교총, 전교조, 한교조, 무소속 교사 등으로 찢어지면서
갈등과 분열은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곪아가고 있다.

갈라진 교단의 모습은 식사 시간을 비롯한 일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B여상 조모 교사는 "식사를 할 때도 전교조는 전교조끼리, 교총은
교총끼리 하고, 회식도 함께 안한 지 오래"라며 "교무실에서 차를 마실
때도 자기들끼리 마시고 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교단을 사실상 양분하다시피 한 교총 교사와 전교조 교사는 각기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극과 극'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교조 소속의 C중학교 김모 교사는 "교총은 교장·교감을 위한
단체인데 왜 선생님들이 교총에 가입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승진과 출세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교조 소속의 또 다른 김모 교사는 "전교조가 투쟁하는 이유는 능력과
상관없이 재단이나 교장에게 잘 보이려는 교사들이
부장교사·교감·교장이 되는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고 학교 내의 부패와
잘못된 관행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교장·교감·부장교사 등
교단에서 이미 기득권을 가졌거나 기득권층에 조만간 들어갈 교사들은
이런 게 싫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교총 소속의 경기도 D고 박모 교장은 "(전교조는) 학교 내의
조폭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주장이 합당한지, 않은지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한다"며 "학생들을 위한
'참교육'이란 말은 허울일 뿐이고 자신들이 좀더 편하기 위해 활동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E고 김모 교장은 "아침에 지각을 하는
학생들을 지도할 필요가 있어서 조금 일찍 나오라고 해도 전교조
교사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기 할 일은 안 하면서 툭하면
교무실을 점거하며 정치적 구호만 외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총·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중간지대'의 교사들도 세대에 따라
극심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

서울 F중학교 신임교사 김모(여·27)씨는 "동료 신임교사 중 60% 가량이
전교조에 가입했다"며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교총보다는 불합리한
교육정책을 바로잡으려고 나서고 권위주의적인 학교운영을 민주적으로
바꾸려는 전교조가 더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그러나
"나 자신의 가입은 전교조가 과격한 투쟁방식을 자제하고 다른 의견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까지 미루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G고 김모(48) 교사는 "전교조의 득세로 학생들마저도
교장·교감·부장 선생님을 부패의 온상으로 본다"며 "극한투쟁으로
학교 분위기를 몰아가면 학생들이 뭘 배우겠느냐"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총도 이제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인상을 보이지 말고
시대변화에 맞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단 내부에서도 이 같은 균열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H고 김모(37) 교사는 "교장은 냉소주의에, 전교조는
투쟁주의에 빠져 교육현장이 갈수록 황폐화하고 있지만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며 "교단이 더 이상 분열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