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문제를 놓고 우리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갈수록 양극화로 치달으면서 국론 분열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현명한 결론을 찾아내야 할 일이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 간에 세력 다툼하듯 투쟁적 양상을 연출할 일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수환 추기경이 28일 평화방송을 통해 표명한 의견은
목소리 큰 사람들에 가려 있는 국민 다수의 낮은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느낌이어서 특히 우리 정치권이 새길 만한 고언(苦言)이라고 본다.
김 추기경은 정부의 파병 결정을"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깊은 뜻,
짐작하건대 (북핵과 관련해)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서"전쟁에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전후
복구와 치료 목적으로 공병과 의무부대를 보내는 데 대해 한마디로
'파병은 안 된다'고 하는 것에는 얼른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평화를 얻는 전쟁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평생을 종교인으로 살아 오면서 반전(反戰) 의식에서는 누구 못지않을
김 추기경의 파병문제에 대한 이런 인식이 그 어떤 탁월한 통찰력이나
예지의 소산은 아닐 것이다. 사실 상식선에서 나라 걱정을 하는
보통사람이라면 대부분 김 추기경의 지적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파병문제는 국익과 명분의 조화, 그리고 파병부대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토록 국론 분열 양상으로까지 치닫지 않고도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좌고우면(左顧右眄)하고
있는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김 추기경이 보통사람의 상식과 정직과 용기에
따라가 도달한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