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약 1300명이 28일 밤(한국시각 29일 새벽) 바그다드에서 약
170㎞ 떨어진 미군 보급기지 램스를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가 27일 오후
입수됐다. 27일부터는 날씨가 맑게 갰기 때문에 램스의 위치가
이라크군에게 노출됐고, 28일 밤은 그믐밤이므로 사방은 칠흑같이
어둡다.

미군 제5군단 지원사령부(COSCOM) 공격지휘소(ACP)를 비롯해 램스에 주둔
중인 부대들은 "이라크군이 움직일 때가 됐다"면서 27일 오후부터
전투부대를 재배치하는 등 이라크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밤새도록 멀리서 포성이 들렸지만 소리가 더 이상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28일 아침(한국시각 28일 오후)에 일어나보니 주변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다. 그러나 밤 사이에 이라크군은 램스 공격을 시도했다고 한다.
나자프 지역에서 출발한, 확인되지 않은 규모의 이라크군이 램스를 향해
접근했지만 몇 ㎞ 전방에서 미군의 공격을 받자 재빨리 동쪽으로 후퇴해
버렸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ACP에 합류한 퀴스 위커(Wicker) 중령은 "이라크군이
민간인이 거주하는 나자프 지역으로 들어가버려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라크군이 민간인들을 방패로 이용하도록 그냥 두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먼저 움직여 주면
공격하기 유리한 상황이 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라크군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했다.

27일 오후 3시(한국시각 27일 오후 9시)쯤 램스 주변에 이라크군 포로
100여명이 모여 있다고 해서 만나러 갔다. 램스에 도착한 후 막사에서
100m 이상은 나가지 못하다가 처음 5㎞ 밖으로 나갔는데, 바로 근처에
수십대의 미군 불도저와 굴착기, 트럭이 동원돼 어마어마한 크기의
활주로를 닦고 있었다.

나시리야 인근의 탈릴 공군기지 북쪽지역에서 투항했다는 이라크군 포로
120명은 3대의 트럭에 나누어 타고 있었다. 꾀죄죄한 군복을 입은 이들은
나일론 끈으로 두 손이 묶인 채 뜻모를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몇 사람은
미군의 비상 휴대용 식량을 먹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고 죽을 일은 없으니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다들 홀가분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들을 감시하던 맥 미덴도프(Middendorf) 중위가 "전쟁 포로 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북쪽 수용시설로
이동시키기 위해 헬리콥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램스
북쪽에서도 또다른 이라크군 포로 186명이 대기 중이라고 했다. 잠시 후
치누크 헬리콥터 3대가 이들을 수송하기 위해 엄청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착륙했다.

막사에 돌아오니 만나는 군인들마다 나를 붙들고 이날 잡힌 이라크군
포로들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오늘(27일) 밤
이라크군이 램스를 공격할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런데도 다들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라크군의 무기라고 해봐야 기관총
정도인데 미군의 적외선 탐지 망원경은 5㎞ 전방의 사람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라크군이 램스 근처에 오기 전에 상황은 종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저께 밤엔 실제로 그렇게 됐다.

왠지 전쟁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다. 전투 지휘관들이 최소한
4~5일분의 탄약과 연료,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전에는 공격을 개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27일밤 이라크군의 공격을 우려해 중단됐던
보급차량의 행렬이 다시 이어졌다. 전쟁이란 정말로 소모 그 자체,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사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