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천 정부종합청사 1동 2층 법무부 장관실이 매우 밝아졌다. 청사
내 근무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졌다.
강금실 (康錦實·46) 장관이 취임한 이후 여기저기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전 8시50분쯤 장관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법무장관은
단정한 모습의 40대 여성이다. 짙은색 정장 양복에 근엄한 표정을 짓는
남성 장관만 모셔오던 법무부 간부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옷차림도
여성 장관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하던 검은색 투피스 차림이 아니다. 밝은
핑크빛이나 베이지색 투피스를 입기도 하고, 목에 예쁜 스카프로
'액센트'를 줄 때도 많다. 국무회의 등 공식적인 회의가 없을 때는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출근하기도 한다.
심상명(沈相明·61) 전 장관의 비서관은 50대였다. 그러나 강 장관은
386세대 비서관(허동준·34)과 일하고 있다. 고시 선배이던 장관의
"∼해라" 식의 지시투에 익숙했던 법무부 간부들에게 "∼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라는 강 장관의 어투는 아직 낯설다. 장관이 직접 격을
낮춰 일선 부서의 사무실을 자주 들르는 건 이제 화제도 아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법무부가 많이 젊어졌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이력서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그는 첫 여성
법무법인(지평) 대표였고, 첫 여성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간부였다. 이제 첫 여성 법무장관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늘었다. 이색적인 캐리어와 야무지고 당찬 외모는 금세 그를
'인기스타'로 만들었다. 3000여명의 네티즌들은 이미
'강사모(강금실을 사랑하는 모임)' '강금실 법무장관을 좋아하는
사람들' 등을 결성, 강 장관에게 지지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제주 출신에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강 장관은 '첫 사법시험
300명 세대'인 사시 23회에 합격, 지난 8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93년 '사법 파동' 때는 '평판사 회의'
설립을 주도, 김덕주(金德柱) 당시 대법원장에게 사법개혁 건의서를
전달했다. 96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민변에 가입했고, 97년 검찰이
음란물로 기소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씨의 변론을
맡으면서 유명해졌다.
'개혁 성향 여성 변호사의 법무장관 취임' '법무장관의
귀걸이·브로치 등 파격패션'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짧은 치마
정장'….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강 장관의 하루는 오전 6시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운동에 취미가 없어서" 별다른 운동은 하지
않는다(최근 골프를 배우기 위해 연습장에 다니던 중 장관이 되면서
그만뒀다고 한다). 아침식사 후 간단한 화장을 마치고 사무실로
출발한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과천 법무부 청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여분.
승용차 안에선 피로를 풀기 위해 눈을 붙인다. 강 장관은 "잠이 많은
편이고, 스트레스가 쌓일 땐 오히려 잠을 푹 잔다"고 했다.
출근 후에는 보고와 결재, 각종 회의와 미팅에 빠져 정신이 없다. 강
장관은 법무부의 검사들을 전문관료로 대체하는 법무부의 '문민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법무부의 요직에는 검사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법무부와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할 검찰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문민화 외에도 검찰 인사의 '서열 파괴', 호주제 폐지·친양자제도
도입 등 여성계의 목소리 적극 반영, 공안사범 사면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 등 강 장관은 긴 목표 리스트를 갖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길은 순탄치 않다. 강 장관은 이미 이달 중순
'서열파괴'식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국의 검사들이 동요하는
대홍역(검찰 인사파동)을 치렀다. 강 장관은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이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강 장관은 "법무장관이 되기 전에는 검찰조직에 대해 궁금해 했는데
취임 후 한 달쯤 지나 보니 검사들의 자기조직에 대한 애착과 명예심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야심만만한 40대 여성 법무장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출판했던
전 남편 김태경씨와 지난 84년 연애 결혼했으나, 김씨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3년 전 헤어졌다. 강 장관은 "남편의 잘못된 빚 관리 때문에
이혼했지만 혼자 산다는 게 흠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장관은 변호사로 일할 때는 퇴근 후에 동료 변호사들과 단란주점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디스코를 추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춤 추는 걸
좋아해서 법조인이 안 됐으면 무용과를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유화' '비목' 등 가곡을 즐겨 부르고, 흑맥주와 와인이 한잔
들어가면 "어쩜 우리…"로 시작되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 등 30대
애창곡도 즐긴다.
"마음이 괴롭거나 어려운 일이 닥칠 때에는 혼자 깊이 생각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강 장관이 하루를 보낸 뒤 법무무 청사를 나서는 시간은 오후 6시30분쯤.
그러나 자신의 최대 과제라고 생각하는 '검찰개혁'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느라 퇴근 후 스케줄은 빡빡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밤 11시가 넘기 일쑤다. 98년부터 키워온 강아지 두
마리와 아직 미혼인 언니 인실(仁實)씨가 지친 그의 몸과 마음을 위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