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A중학교 사회담당 최모 교사는 이라크 전쟁에 관해
수업을 했다. 최 교사가 "이번 전쟁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자,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최 교사는 수업 도중 "(이번 전쟁은) 부시가 아버지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는데?" 등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최 교사는 수업 후
'미국은 왜 이라크를 공격했는가' 등 4개항의 질문지를 나눠주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미국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해
부당하다"고 썼다. 한모(14)양은 "선생님께서 옷에 반전 배지를 달고
인터넷에 들어가 전쟁을 중단시키라는 글을 올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수원 B고 사회담당 허모(30) 교사는 지난 21일부터 수업시간마다 10분씩
미군의 이라크 공격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물과 전쟁참상을 담은 사진
20장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서울 C고 박모 교사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로 '반전 수업자료'를 직접 제작해
특별활동 수업에 활용했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국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반전
수업이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 홈페이지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반전평화
공동수업' 자료집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올려 놓았다. 이 자료에서는
걸프전 당시 죽어가는 이라크 어린이들의 사진 등을 올리고, 이라크 전쟁
퀴즈를 내서 80점 이하를 받은 학생에 대해 "겉은 한국인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인일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전교조 산하 '전국도덕교사모임'은 교사들에게 "반전 메시지를 담은
미국 소녀의 연설문과 한겨레신문 칼럼을 수업시간에 읽어주고 교실 뒤
칠판 게시판에 붙여놓자"고 권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사적인 교육을 하는 것은 좋지만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교사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어느 일방의 주장만을 주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 D고 학부모 정모(여·45)씨는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기 이전에
선생님 말씀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며 "교사 개인 의견을
주입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장·교감 등은 전교조 교사들의 반전 수업 움직임에 대해 당혹해 하고
있다. 서울 E고 신모 교장은 "현실감있는 수업을 위해 이라크 전쟁을
예로 드는 것은 허용할 수 있으나 명확한 한계를 정하기 어려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F중학교 김모 교장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수업이
객관적인 시사 정보를 주지 않고 조금이라도 교사 개인 의견을
주입시키는 것이라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부모 강모씨는 "요즘 세대들은 자유분방하고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