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누아지 르 그랑에 위치한 집합주택 ‘피카소 아레나 ’단지.전통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풀어내면서 기념비적인 위용을 과시한다.

유명 건축가의 유명한 건물은 도시의 자랑이자 관광명소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마치 '펼쳐진 책'처럼 서 있는 타워 4개가 중앙 정원을
둘러싼 모습이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지식의 근원을 담은 에덴
동산'을 표현하고자 했다.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는 신흥도시에
경쟁적으로 세워지는 고층 빌딩과는 차원이 다르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공중정원을 조성, 생태도시의 개념이 반영된 최첨단 오피스를
선보였다.

'건축용도별 현대건축: 현대건축의 디자인 이론과 실천'(황토刊)은
이제까지 국내에서 나온 하고 많은 외국 건축 관련 책들과 구별된다. 총
10권(3000여페이지)이라는 방대한 분량도 분량이지만, 우리 건축
전문가들이 우리 시각으로 건축물을 선정하고 직접 발로 뛰어 사진을
찍고, 소개한 건축 전집이란 점에서 획기적이다. 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이 곧 모습을 드러내고 복원되는 청계천 위로 다리가
20개나 새로 놓이는 한편, 뉴 타운이 본격 건설될 서울에 당장 귀감이 될
만한 건축물 사진들을 우리 필진이 직접 골라 선보인다.
건축 서적이 주로 외국 사진과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건축 전집은 "제작기간 5년, 제작비 10억원을 쏟아부은 빅
프로젝트"라고 책을 낸 정청수 사장은 설명한다. 필진은
진경돈(백제예술대) 장택주(전남도립담양대) 김규환(안산1대학) 교수를
비롯해 최영아 남경훈 구은성 김홍배 강인보 황인성 박미나씨 등 9명.
사진은 조태용 박완순 황만복씨가 촬영했다.

진경돈 교수는 "외국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 건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의미있는 건물을 골랐다"며 "특히 지난 10~15년간 세워진
건축물을 주로 다뤘다"고 설명했다. 렌조 피아노, 장 누벨, 렘 쿨하스,
안도 타다오 등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 경향과 작품 해설을 곁들이는 한편
건물 안팎 사진과 함께 평면도 등을 수록했다.
필진 9명은 먼저 지난 15년간 출판된 외국 건축 잡지와 서적에 등장하는
건물들을 총정리했다. 우선 건물 500개를 고른 뒤 사진을 일일이 복사,
벽에 붙여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 대상을 줄여나갔다. 건축가는 현재
왕성히 활동하는 인물 위주로 선정했고 건물은 박물관·미술관·
교육연구시설·집합주택·업무시설·극장·관공서·상업·종교시설
등 용도별로 구분했다. 최종적으로 건축가 90여명의 작품 204개가
결정됐고 필진은 2001년 겨울과 2002년 여름, 두 팀으로 나눠 현장
답사에 나섰다. 애초 명단에 올라있던 유명 건물이지만 현장 취재 후
빠진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네델란드의 한 경찰서는 건축 전문지에
자주 등장하는 건물이지만 필진은 '용도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유지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 책에 넣지 않기로 했다.

네델란드 델프트 공대 도서관은 경사진 옥상에 잔디밭을 조성, 학생들이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게 했다. 보조코 노인 집합주택은
원래 87가구가 들어설 공간에 '돌출'이라는 아이디어로 100가구를
만들어냈다. '스위스 루가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리오 보타는
현지에서 시장보다 유명한 인물로 존경받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고등학생들도 스타 건축가들의 이름을 꿰고 있더라'는 것이 필진의
설명이다.

우리 필자들이 직접 현장에 다녀왔지만 책 속에는 여전히 외국자료를
편역한 부분이 많다. 유명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등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 건축이 제외됐다. 답사 시기가 뉴욕 9·11 테러
직후라 대형 촬영 장비를 끌고 미국을 누비기 어려웠다고 한다. 9인의
필진은 올 여름, 책 보강 작업을 위해 '세계 건축 전집' 취재와 집필에
다시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