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었던 ‘국군 공병부대와 의료지원단의 이라크전 파견 동의안’의 표결처리를 연기한 것은 여야 모두가 반전(反戰) 여론의 짐을 지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신주류 및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라크 파병 반대론이 강하게 제기돼 당론을 결정하지 못했고, 한나라당도 “민주당이 파병에 소극적인데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고 발을 빼, 본회의 표결이 연기됐다.
이날 민주당 내 파병 반대파 의원들이 대거 본회의 찬반토론에 나서 동의안 표결처리를 지연시킬 태세를 보이자,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긴급회동을 갖고 “무리하게 통과시킬 필요가 없다”는 데 합의했다.
여야는 이날 저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여야 총무 초청 만찬에서 “가능하면 이른 시간 안에 크로스 보팅(자유투표)을 해서라도 처리해달라”고 당부함에 따라 이르면 27일쯤 동의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이라크 전황과 반전여론 확산 등 변수가 많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파병 찬반론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파병 찬성 의견은 거의 없이 반대 의견만 쏟아졌다. 9명 발언 중 8명이 파병반대 또는 수정 통과 입장을 개진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파병을 찬성하는 '권고적 당론' 방침을 정했으나, 의총 반발이 거세자 '자유투표'로 물러섰다.
김영환 의원은 "한·미동맹이란 명분도 좋지만 명백한 침략전쟁을 미화할 수 없다"고 했고, 이라크를 방문하고 돌아온 송영길 의원은 "당당한 대미외교를 해야 한다"고 파병에 반대했다. 신계륜 의원은 발언은 하지 않았으나, 의총장에 입장하면서 "나는 파병반대"라고 말했다. 김경재 의원과 박상천 의원은 정부의 원안을 수정한 뒤 통과시키자면서 본회의 연기를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 의원만 거의 유일하게 "2, 3일 의견수렴을 거친 뒤 파병동의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 김홍신 의원이 “파병을 하면 우린 전범국가가 될 것”이라고 파병에 반대하자, 당론 찬성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그럴 바에는 노무현한테 가라”고 야유를 보냈다. 김 의원이 “미국을 믿느냐”고 하자, “그러면 김정일은 믿느냐”는 고함도 나왔다.
김부겸 의원은 “파병 목적이 힘센 미국과 잘 지내기 위한 것이라면 ‘국익’에 대한 토론을 더 해야 한다”고 했고, 김영춘 의원은 “파병하면 사자떼를 따라 다니는 하이에나로 국제사회에 비칠 수 있다”며 파병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김용균 의원은 “자식 결혼식에 축하 안 해서 평생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당론 파병을 주장했고, 심규철 의원은 “정부와 민주당은 생색내기를 하고 우리만 반전여론의 짐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주변에선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들이 파병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국회 본관 앞까지 진출해 저지하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