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발생한 제주 4·3사건의 성격과 진상 규명을 위해 정부 산하
기구로 조직된 위원회가 위원들간 이견(異見)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일부 위원은 위원직 사퇴 의사까지 밝혀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위원회(위원장 고건
국무총리)'는 24일 소위원회를 열고 자체 기구인 '4·3 진상 조사
기획단'(단장 박원순·朴元淳)에서 제출한 4·3 관련 보고서의 통과
여부를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 27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열린 소위원회는 지난 21일 전체 위원회에서 위원들간 이견을
절충하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강금실 법무부장관 등 정부측 관계자 3명과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 김점곤 경희대 명예교수, 신용하 전 서울대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정부측 관계자 1명과 신
교수 등이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 중 군(軍)과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표현 수위(水位)를 놓고 위원들간 견해가
엇갈려 회의를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점곤 교수는 "보고서가 4·3사건의 원인보다는
군경(軍警)의 과잉 진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특히 4·3사건을
역사적 안목이 아닌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편 가르기식으로
서술하고 있어 27일 회의 불참은 물론 아예 위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출된 보고서는 진상 조사 기획단이 지난 2000년 10월부터 제주
현지 방문과 국방부·경찰청 및 미국·러시아 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4·3사건의 진상과 희생자 범위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제주 현지 방문을 앞두고
29일 회의에서 다수결 방식으로라도 보고서를 통과시킬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