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세리(25·CJ)의 위기 관리 능력은 고비에서 빛을 발했다.
미LPGA투어 시즌 두번째 대회인 세이프웨이핑대회(총상금 100만달러) 최종 4라운드가 벌어진 2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CC(파72·6459야드). ‘최강’이라는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3타나 뒤진 채 출발했던 박세리가 초반부터 폭발적인 샷 감각으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1번, 2번홀에서 각각 3m와 4m짜리 버디 퍼트를 떨구며 기세를 올린 박세리는 4번홀(파5·511야드) 225야드가 남은 세컨드 샷때 4번 아이언으로 컵 30㎝에 볼을 붙이며 이글을 기록, 선두로 올라섰다. 6번홀(파4)에서 3퍼트 보기로 흔들렸지만, 8번홀(파5·476야드)에서 9m짜리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실수를 만회했다.
잘 나가던 박세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박지은(24·나이키골프)이 무서운 추격을 펼치며 1타차로 따라붙은 상황에서 17번홀(파4·368야드). 3번우드 티샷이 그만 왼쪽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1벌타 받고 드롭을 한 박세리는 128야드를 남긴 상황에서 9번 아이언을 꺼냈다. 3온에 성
공을 했지만 컵까지 남은 거리는 약 12m. "2퍼트만 하자." 박세리는 마음을 비웠다. 그 덕분일까? 볼은 내리막 경사를 따라 왼쪽으로 살짝 휘면서 컵 가운데로 빨려들어갔다. 두번이나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박세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중계를 맡은 미국ESPN도 이 퍼트를 '오늘의 샷'으로 꼽았다.
박세리는 18번홀에서도 141야드를 남기고 피칭 웨지로 공격적인 아이언샷을 핀에서 채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우며 버디를 잡아냈다. "박지은의 공격적인 추격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박세리는 23언더파를 기록, 개막전 컷오프 탈락의 수모를 씻어내며 통산 19번째 우승트로피
를 차지했다. 박세리는 또 28일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생애 최연소 그랜드슬램(맥도널드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나비스코챔피언십 등 4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 달성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박지은의 선전도 돋보였다. 보기없이 버디7개를 잡아낸 박지은은 박세리에 1타 뒤진 2위(22언더파)를 차지했다. 16번과 17번홀 버디 퍼트가 조금씩 짧아 파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박지은은 마지막 18번홀에서도 세컨드 샷이 핀으로 곧장 날아가 기적같은 ‘이글’로 연장전 가능성을 엿봤으나, 백스핀을 먹은 볼이 컵 40㎝ 앞에 멈춰서는 바람에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박세리와 같은 조로 경기를 펼친 한희원(24·휠라코리아)도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애니카 소렌스탐 등과 함께 공동3위(19언더파)에 오르며 ‘코리안 돌풍’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