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젊은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인 '프렌즈'나 '섹스 앤 시티'
같은 TV드라마들이 국내에도 DVD 박스 세트로 나와 있습니다. 분량이
많아 한 세트에 3~4장씩 들어가니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죠. 그런데도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시트콤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도
많겠지만, 여기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전편을 통틀어 생생한 영어
자막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에 더없이 좋은 교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비디오테이프에선 생각할 수 없었던 DVD만의 또다른 강점은 바로
'자막(subtitle)'입니다. 알고 보면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보물창고인 셈이죠. 비디오는 화면에 자막을 입히더라도 원칙적으로
한글이면 한글, 영문이면 영문 한 가지밖에 입히지 못했습니다. 기껏
'캡션' 기능을 활용해 일부 재생기와 테이프에서 간신히 영어 자막을
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DVD의 저장 용량은 4.7GB(기가바이트)나 되기
때문에 한 디스크에 여러 나라 언어의 음성과 자막을 넣을 수 있고,
이것을 선택해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나온 오우삼 감독의 '윈드토커' 스페셜 에디션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이 DVD는 음성 언어로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를 선택해서
볼 수 있고, 자막으로는 영어·한국어·중국어·타이어·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를 골라 띄울 수 있습니다. '무간도'는 중국어 자막,
'러브레터'는 일본어 자막, '솔라리스'는 러시아어 자막과 함께 볼 수
있는 것이죠. 한국영화에 영어나 일어 자막을 넣은 DVD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아예 원문 대본집을 부록으로 끼워
외국어 교재로 쓰기 좋은 DVD가 나오는가 하면, 아예 외국어 강사의
강의까지 추가한 '학습 전용 DVD'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대학생은 '앨리의 사랑만들기'가 곧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에 환호하더군요. 평소 좋아하던 드라마를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한 가지 더. 자막은 앞서 말씀드린 '지역코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코드 1번은 일부(300여종)를 제외하고는 원래
한글자막이 없습니다. 반면 홍콩이나 태국, 인도네시아에 가면
한글자막이 나오는 DVD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들의
DVD지역코드는 우리나라와 같은 코드 3번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나오는
메이저사 외화 DVD에서 왜 유독 태국어나 인도네시아어 자막이 많고
일본어 자막은 드문지 이제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