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 코카콜라사(社) 주가가
하락한 일이 있다. 중동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전쟁과 코카콜라사 주식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러나 관계가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추론이었다. 즉 전쟁으로 유전이 파괴되면 엄청난 연기가 발생해 대기를
뒤덮고 햇빛을 차단할 것이며, 그로 인해 세계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면
청량음료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소식에 즉각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이 증권시장의 생리다.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전세계가 찬·반으로 갈려 팽팽하게 맞서며
소란스럽지만 유독 증권시장만은 이질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예상되는 전쟁의 비극과 고통, 참상에는 아랑곳없이 이 기회를 틈타 한몫
보려는 투자자들의 암중모색이 치열하다. 부시 대통령이 '최후 통첩'을
발하자 전세계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는가 하면, 서울 증시에서는
방위산업과 석유관련 주식을 중심으로 한 '전쟁테마주(株)'가 등장해
기세를 올리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전쟁을 '호재'로 간주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워털루
전투의 승전보를 영국 정부보다 하루 먼저 입수해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거액을 챙긴 것으로 유명한 네이선 로스차일드는 "대포 소리에 사서,
승리의 나팔 소리에 팔아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전세계 증권시장에서는 "어차피 전쟁을 할 거라면 더 이상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해치워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역사적 경험을 보더라도 전쟁이 주가를 부추긴 예가 많았다. 예를 들어
지난 1990년 8월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2개월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4% 하락했으나, 이듬해 '사막의 폭풍' 작전이 1주일
만에 끝나자 24%나 폭등했다. 또 제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때도
처음엔 주가가 하락하다 몇개월 뒤에는 강한 회복세로 반전하는 주가
패턴을 보였다. 이는 결국 전쟁이 이른바 '전쟁특수(特需)'를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 1930년대의
대공황을 끝낸 것은 '뉴딜 정책'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쟁=호재'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쟁비용
부담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데다 '전쟁 이후'에도
세계의 안정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라크
전쟁을 통해 투자자들은 물론 지구촌 사회 전체가 전쟁은 결국 경제적
낭비일 뿐이라는 새로운 교훈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金基天 논설위원 k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