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대구 FC 선수단 숙소
새한연수원을 지난주 찾았다. 밤 9시가 되자 선수들이 하나둘 체력
단련실로 모였다. 프로축구 11구단 대구 FC 선수단의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이다.

박종환(67) 감독의 호령 속에 오전 전술훈련과 오후 연습경기를 소화한
탓에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30분 이상 계속되는 훈련에 입을 내미는
선수는 없다. 속된 말로 새벽훈련까지 하루에 '서너탕'을 뛰는
이들에게 대구 FC는 축구인생의 마지막 희망이다. 대구 FC는 지난해
10월부터 대구와 삼척, 제주를 돌며 공개테스트와 훈련을 겸해 팀을
급조했다. 공개테스트를 거친 선수만 국내 선수120명, 외국 선수
20명이다. 드래프트제도가 없어진 프로축구에서 몸값이 싸면서도 가능성
있는 선수를 고르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웠다고
최진한(42) 코치는 귀띔했다.

95년 대학졸업 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천안 일화에 입단한 이후 중국과
홍콩 등 5개의 팀을 거친 뒤 은퇴했다 복귀한 오주포(30)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 번 잘못 낀 단추는 끝까지 잘못
끼게 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르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팀에서 방출됐던 후배 선수들에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가슴을 찌른다.
97년 부산 대우의 전관왕 멤버로 국가대표를 지냈던 수비수 김학철(31)은
"나 하나만 믿고 있는 가족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벨기에 리그에서 국내로 돌아온 이상일·신영록, 체코 리그에서
1m75의 단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에 온 얀, 전북 현대와 재계약에
실패한 브라질의 호제리오(30)에게도 대구는 희망의 땅이다. 호남대에서
득점왕에 올랐던 박성홍(23)은 "주전으로 뛸 기회가 많을 것 같다"며
용감하게 신생 팀에 몸을 담았다.

말 그대로 '외인구단'이지만 이들이 '공포의 외인구단'이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대구 FC보다 훨씬 지명도가 높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전
시티즌은 K리그 27경기에서 단 1승을 올렸다. 그래서 2년 전 프로농구
32연패의 수렁 속에 빠졌다 정상에 우뚝 선 대구 동양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대구 FC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대구 시민들이 특유의
응집력으로 '눈물의 홈팀'을 사랑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대구 FC의 외부환경도 험난하다. 국내 최초로 공모주를 통해 창단한
시민구단이지만 대구 지역의 경기 침체와 최근 지하철 참사로 시민들의
마음엔 축제를 돌아 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2차 공모주 청약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관조직인 대구시와 프로팀 대구 FC 사이에 경기장
사용부터 각종 수익 모델 창출까지 이견이 산적하다. 이대섭 단장은
"23일 개막전은 경건한 분위기에서 치르겠다"며 "대구 FC가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