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사망한 아들의 유해를 확인한 김대율씨가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뜨거웠겠노. 그래도 어디에선가 살아 있으리라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업을 뒤로 한 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과 대구시민회관의 차가운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며 아들이 살아 있기만을 고대했던
김대율(金大律·56·자영업·부산시 남구)씨. 그는 14일 낮 한 줌 뼈만
남은 아들 종석(鍾錫·22·대구가톨릭대 4년)씨의 사체를 확인하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사체의 신원확인작업을 하고 있는
월배차량기지를 찾아 아들임을 확인하고는 끝내 오열했다. 실종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김씨의 아들이 처음이다.

종석씨는 김씨와 부인 오성자(吳成子·51)씨 부부가 결혼 3년 만에 얻은
아들. 일제시대 때 연식정구 선수를 지냈던 할아버지를 닮아 운동을
잘했던 종석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다. 전국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입상을 할 정도로 기량을 발휘했던 아들은
대구가톨릭대에 스카우트돼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후배 테니스 선수 3명과 함께 지하철을 탔던 게
마지막이 됐다.

종석씨는 유전자 감식을 거쳐 신원이 확인됐고, 양 손가락 뼈에 걸쳐져
있는 반지 2개가 그임을 확인시켜 줬다. 그중 하나는 아버지가 대학
입학기념으로 사준 18K 금반지.

아버지 김씨는 "지난 설에 집에 왔을 때 내가 하고 있던 순금 목걸이를
벗어 줬는데 이번에 발견되지 않은 걸 보니 뜨거운 불 속에 녹아 버린 것
같다"며 눈물지었다.

어머니 오씨도 "사고 이틀 전 전화로 '스키 실습 수업을 잘 다녀왔다.
건강하게 잘 있으니 걱정 말라'며 안부를 전해 왔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14일 새벽 종석씨와 후배 3명의 아버지 4명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자식을 찾겠다"며 모두 삭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종석씨의 후배 3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되면 아들의 사체를 함께 인수해 학교장으로
합동장례식을 치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