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거부권을 둘러싸고 여·야 정면충돌 코스로 접어들던 정국이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막판 결단으로 파국을 면했다. 무한 대결 대신
타협을 선택한 야당의 리더십도 위기 해소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노 대통령과 민주당 신주류가 민주당 내 대세가 거부권 행사 요청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대북송금 특별검사법 공포를 선택한 것은 집권 초부터
대야(對野)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측근들은 "취임 후 국회에 대한 첫 의사 표시를
'거부권 행사'로 할 수 있느냐"는 부담감을 표시해 왔는데, 결국 이런
배경에서 여·야 간 법개정 '구두 합의'를 바탕으로 특검을 수용하는
정치적 도박을 선택했다고 분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의
전선(戰線)은 여·야 간이 아닌 여권 내부로 이동할 전망이며, 이로 인한
특검정국은 4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이어진다.
특검법 공포가 개정 합의를 전제로 이뤄진 만큼 여·야 간에는 당분간
줄다리기가 진행되겠지만 전반적으론 해빙무드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朴熺太) 한나라당 대표권한대행이 노 대통령과의 지난 12일
회담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법안 심의 등 정부 정책을 힘껏
돕겠다"고 약속한 만큼 야당은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여권 내부엔 상당한 냉기류가 형성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과 핵심
신주류를 제외한 민주당 내 대부분 의원들은 특검법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이었으나 노 대통령은 이런 당내 여론을 무시한 결과가 됐다. 특검법
공포 이후 구주류들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이고, 심지어 상실감과 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마저 표시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들이
거부권 행사를 주문해온 만큼 이들 구주류의 당내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반면, 신주류의 당 개혁 드라이브는 얼마간 탄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 진행과정에서 이런 기류는 보다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가까운 측근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사건 성격상 김 전 대통령의 '분신(分身)'에
해당하는 최측근까지 사법처리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정치적 파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북관계도 얼마간 경색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북한 조평통은 최근
"특검법 강행은 남북관계를 동결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수사과정에서 '북한측이 남북정상회담 대가를 요구했다'는 등의
진술이 나올 경우,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