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아리나 (Charles Arena·46·페덱스 코리아 사장)씨는 3대(代)째
한국 사랑을 펼치고 있는 '준(準) 한국인'이다.
아리나씨는 지난 99년부터 한국 근무를 시작했고, 본인은 물론 아버지와
두 명의 자녀까지 3대(代)째 한국생활을 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그는 '한국은 내 고향(native home)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실제로 두 평 남짓한 사장실 벽 한 켠에는 빛바랜
종이에 대한민국 정부와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직인이 찍혀있는 공로
표창장이 액자에 걸려 있다.
그는 "미 해병대 1사단에 근무 중 한국전에 참전해 무공(武功)을 세운
부친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한국전쟁에서 손가락
하나를 잃었다고 한다. 아리나씨도 1979년부터 82년까지 만 3년 동안
비무장지대 부근 미군부대에서 장교로 근무했다. 음식도 얼큰하고 매운
쌈장을 가장 좋아한다.
"25년 전에는 한국민 인구의 1~2%만이 승용차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한 가구당 자가용이 한 대가 넘으니 엄청나게 발전한 셈이지요."
대학 졸업 후 뉴욕 케네디 공항 세관출입 사무소에서 한국어 통역 등을
했던 그는 88올림픽 공식후원사였던 페덱스(특송업체) 담당자로 서울
땅을 다시 밟아 한국과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최첨단 인터넷 기술의 혜택을 만끽하는 '특별한 시장'으로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해 아시아 허브(hub·중심지)로도 전혀 손색
없는 곳입니다."
페덱스 본사가 필리핀 수빅만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페덱스 전용 화물분류창고를 인천공항에 세운 것도 이런 믿음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2300여평 부지에 시간당 6000개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이 창고는 국내 최고 수준급이다.
하지만 아리나씨가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2001년 9월부터 12월
초까지 80여일 동안 노조의 장기 파업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노조 파업에 '정공법'으로 맞섰다고 했다.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일본·홍콩 등 100여명의 해외지사
직원들을 긴급공수받아 1~2주씩 릴레이 근무를 했습니다."
그는 "불법 파업으로 일부 직원들이 해고된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금은 300여명의 임직원들이 더 신바람나게 일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최고 경영자(CEO)로서 '사람이 최고(people first)'라는
철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매달 한두 번씩 전국 현장 사무소를 찾아
직원들과 대화하고 '하이 파이브 영웅상(賞)'을 수여하는가 하면
수시로 전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경영진과 직원 간의 '벽'을
없애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매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10층에 있는
사장실을 들어서면서 큰 소리로 '하이 파이브(High Five)'를 외친다.
사무실 안을 돌며 눈길이 닿는 직원들과 일일이 손뼉을 마주친다.
"즐겁고 경쾌하게 도전적으로 시작해야 그날을 '승리의 날'로 장식할
수 있습니다."
아리나씨는 "올해 한국 비즈니스의 최대 변수는 북핵 문제와
노사관계"라며 "무엇보다 50년 혈맹으로 다져진 한ㆍ미(韓美)관계가
굳건하게 발전하는 게 한국 경제 도약의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