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파동 과정에서 당찬 모습을 보이며 '철의 여인'이란 별칭을
얻은 강금실 법무장관은 이날 토론에서는 조연에 머물렀다. 강 장관은
토론 초반엔 검사들과 적극적으로 논전을 벌였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사실상 토론에서 비켜선 격이 됐다.

처음 답변에 나선 강 장관은 '검찰 수뇌부와 협의했다', '법무부에서
내놓은 인사자료가 부실한 데 놀랐다', '검찰총장이 추천한 인물들은
문제가 있어 수용할 수 없었다' 등의 논리를 제시하며 자신의 인사가
정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들과 인사제도에 대한 공방을 시작하자, 노
대통령이 "오늘 자리는 장관과 검사들이 지엽적 문제를 놓고 논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자리는 따로 마련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후
노 대통령은 거의 일문일답식으로 검사들과 토론했고, 강 장관은 끼어들
여지가 적었다.

검사들은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생각해선지 강 장관의 권위를 인정치
않는 분위기였다. 강 장관이 첫 질문을 한 검사에게 "질문 메모를
보여주면 답변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 했지만, 해당 검사는
메모지를 건네주지 않았다. 강 장관이 "검사들이 나를 점령군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고 하자, 한 검사는 "점령군이란 말은 쓴 적이 없다.
아주 대단한 분이라고 한 적은 있다"고 말을 받았다. 토론 종반에
접어들 무렵 강 장관이 오랜만에 발언 기회를 잡자, 검사들은 "짧게
해달라"고 했고, 강 장관은 "짧게 발언해 달라는 말이냐"며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강 장관은 이번 사태를 직접 수습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법무장관 선에선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장관을 발탁할 때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