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빗방울이 흩날리던 8일.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앞 놀이터에
120여개의 좌판이 깔렸다. 좌판 위엔 옷, 귀걸이, 모자 등 다양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놀이터 입구엔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벼룩시장)'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곳을 처음 찾은
전은진(27)씨는 작은 헝겊 인형을 집어들고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그는
"인형의 디자인과 색상이 너무 예쁘다"며 "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조금 비싸 망설여진다"고 했다. 전씨는 "실험적인
디자인들이 많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내일 열리는
'희망시장'에도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이곳에서 열리는 '예술장터'는 월드컵을 겨냥해 지난해 5월
'희망시장'이 처음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월드컵이 끝난 후
예술장터는 토요일엔 '프리마켓', 일요일엔 '희망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열리고 있다. 두 시장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
'겨울잠'에 들어갔다가 '희망시장'은 지난 2일, '예술시장'은 지난
8일 다시 기지개를 켰다.
물건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사람들과 왁자지껄 물건값을 흥정하는
모습이 여느 장터와 다르지 않지만 좌판에 깔려있는 물건들은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것들이다. 이곳에선 자기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작품들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는 재미·파는 재미·사는 재미=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장지혁(27)씨는 친구들과 함께 예술장터에 청바지를 팔러 나왔다.
장씨는 "직접 만든 '내 멋대로 스타일'의 청바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 무척 궁금하다"며 "시험보는 듯한 기분도 들어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2시간 동안 10만원짜리 청바지 한
벌을 팔아 4만원을 남겼다고 했다.
예술장터에서 좌판을 벌인 '상인(商人)'들은 장씨처럼 대부분
디자인이나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현직 웹디자이너인
성수경(28)씨는 학교 다닐 때 가장 좋아했던 박수근 화백의
'노인'이라는 작품을 손수 그려 넣은 티셔츠를 3만원에 팔고 있었다.
성씨는 "이것 저것 구경하다 보면 신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의 물건에는 별 관심도 없다는 듯
옆에 펼쳐진 좌판의 물건들을 계속 기웃거렸다.
예쁜 그림을 그려 넣은 CD케이스를 팔고 있던 조수연(28)씨는 학교 때
배운 솜씨를 그냥 묻어두기 아까워 한 번 만들어 본 것들이라며 물건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엔 "영업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조씨는 반응이 좋으면 계속 장터에 나올 생각이라고 했다.
1만5000원짜리 인형을 구입한 윤영희(24)씨는 "직접 만든 사람들이
물건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니 더욱 사고싶다"며 "품질과 디자인이 시중
상품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고 했다.
옛날 장터에서 사람들이 마을소식을 주고받았듯, 이곳에선 최근 젊은
사람들의 패션 취향에 대한 정보들이 오간다. 카키색 쿠션과
휴대전화줄을 팔고 있던 홍계숙(49)씨는 "이번 디자인은 젊은 사람들의
감각에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 번엔 보다 파격적인 디자인의
청바지를 가지고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리마켓'에 참가하려면=최근 인터넷을 통해 손뜨개질 모자를
팔아왔다는 황혜영(26)씨는 "온라인에선 직접 물건을 볼 수가 없어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게를 낼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술장터는 훌륭한 홍보관"이라고 말했다. 담뱃갑에 예쁜 종이를 싸서
팔고 있던 김지은(전일중 3)양은 "아버지가 버린 담뱃갑을 재활용한
것들"이라며 "예술장터는 물건의 수준이나 나이를 따지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프리마켓' 사무국 김영등(35)씨는 "자신이 손수 만든 물건이면 어떤
것이든 괜찮다"며 "특별히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프리마켓'의 경우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cafe.daum.net/artmarket)에서 참가신청서를 작성해 운영자에게
보내면 참가 여부를 통보받을 수 있다. 참가비는 5000원. 희망시장은
먼저 인터넷(cafe.daum.net/hopemarket)에 작가등록을 한 후, 매주
수요일까지 신청서를 접수시켜야 한다. 작가등록에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처음 참가하는 사람은 반드시 판매하는 물건이
수공예품인지를 검사받아야 한다. 참가비는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