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좁네요."
'라이언킹' 이승엽(27)이 플로리다 말린스 캠프에서 세상 좁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팀 동료중에 고교 시절 자신이 겪었던 사건의 주인공이 있었기 때문.
이승엽은 94년 캐나다서 열린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우승 후보는 영원한 아마추어 야구 강국인 쿠바. 하지만 캐나다로 오기로 했던 쿠바 대표팀 중 두명이 마이애미에 캠프를 차리고 훈련하다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쿠바 대표팀은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어야 했고 덕분에 한국은 우승컵을 안고 귀국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승엽은 훈련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당시 도망간 두명중 한명이 말린스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인공은 미카엘 테헤라(27). 테헤라는 지난해 말린스 제1선발인 A.J 버넷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이닝(139⅔)을 던져 8승8패 에 방어율 4.45를 기록한 왼손 투수다. 테헤라는 94년 쿠바 훈련 캠프를 빠져나와 아예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이젠 당당한 메이저리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테헤라 역시 이승엽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는 마찬가지. 나이가 같고 같은 대회에 참가할 뻔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승엽을 살갑게 대해주고 있다. 테헤라는 자신의 고향에서 나는 쿠바산 커피를 구해 이승엽에게 자주 권하고 있다. 이승엽은 평소 커피를 입에 대지도 않는 선수. 그러나 이곳 플로리다에선 테헤라의 정성이 담긴 커피향을 음미하고 있다.
< 주피터(미국 플로리다주)=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