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치솟고 있는 요즘 서울 명동과 강남·종로·신촌
등에 있는 대다수 상가와 금융기관들은 한밤 중에도 불야성(不夜城)을
이루고 있다.

전국의 25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에너지시민연대가 최근 공개한 전국
10개 지역, 968개 업소의 심야 조명 실태를 보면 한마디로 정부의
고유가 비상대책은 '남의 나라 얘기'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영업시간이 끝난 밤 10시부터 다음날 1시까지 완전히 불을 꺼놓은 곳은
223개(23.1%)에 불과했다. 또 위반시 과태료 적용을 받지 않는 자동차
영업소는 총 172곳 가운데 165곳(95.9%)이, 금융기관은 375개 중
315개(84%) 사가 대낮처럼 간판불을 환하게 켜놓고 있었다고 시민연대는
밝혔다. 특히 서울을 제외한 9개 지방 시·도의 자동차 영업소 가운데
심야시간에 소등한 곳은 전무(全無)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에너지 소비는 올 들어 사상 최고의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의 국내 전력 소비량은 259억8955만kWh로 월별 기준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았다. 하루 전력거래량도 지난달에만 역대 사상 최고
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는 석유·LNG(액화천연가스) 같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데만 총 316억달러의 외화를 썼다. 에너지 소비를 10%만 줄여도
승용차 30만대를 수출해 버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1인당 국민소득의 3배가 되는
일본·독일과 비슷하고 연간 전기소비량은 국민소득이 두 배 많은 영국과
맞먹기 때문이다. 에너지값이 출렁거릴 때마다 정부는 승용차 10부제
실시 등을 단골메뉴로 내놓고 있지만 정작 방만한 에너지 소비습관을
못 고친다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