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 수석&#8361;보좌관회의에 앞서 라 보좌관의 대북 비밀접촉에 관한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br>


나종일(羅鍾一)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북측 인사 간 '베이징
비밀접촉'에 대해 청와대측이 정확한 진상을 밝히지 않고 있어 의혹만
키우고 있다.

나 보좌관은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베이징 접촉 사실을
인정했다. 나 보좌관은 그러나 북측인사를 왜 만났는지, 무엇을
논의했는지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북측과 라인이 무너질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출범 닷새 전, 특히 나 보좌관이 대통령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것을 안 후 대북접촉에 나선 데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우선 관심은 대북접촉이 당시 당선자 신분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여부다. 대북 접촉은 지난달 20일 있었다. 당시
주영대사였던 나 보좌관은 일시 귀국, 10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노
당선자를 단독 면담했다. 나 보좌관은 이즈음에 외교부장관으로 입각한
윤영관(尹永寬) 당시 인수위 통일·외교·안보 분과 간사도 만났다.
'20일 베이징 접촉'을 위한 사전 조율이 있지 않았느냐는 관측을
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그런데도 나 보좌관은 이날 노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만 답하고 있다.

북측의 누구를 만나,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는 무엇보다 큰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 보좌관이 베이징을 방문한 비슷한 시점에
북한 아태평화위 전금철(全琴哲) 부위원장이 베이징에 체류했다는 설이
있으나 나 보좌관은 전 부위원장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보좌관은 대남 업무의 베테랑이다.

나 보좌관은 또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남북정상회담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나 보좌관은 노 대통령이 언론브리핑을 통해 공개할 것은 공개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적절치 않다"며 응하지 않았다.

이처럼 당사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외교부와 통일부 주변에서는
다양한 관측들만 나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설 한·미 정상회담
전 북한에 대한 핵포기 선언 요청설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직접
연결하는 남북 간 프로젝트 논의설 등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나아가
대북송금 사건의 처리 문제를 놓고 남북 간 또다시 막후 '비밀 흥정'을
벌였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라인' 구축이 목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한편 진실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나 보좌관의 '비밀 대북 접촉'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노 대통령이 수차 강조해온 대북정책의
'투명성'과 정면으로 배치돼 정치적인 논란은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게다가 나 보좌관은 남북교류협력법에 규정된
'사전 북한 주민 접촉 승인', '사후 결과 보고', '외교부장관에게
보고'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시켰어야 하는데 이 모든 절차를 생략해
위법 시비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