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으로 먹고 마시지 말라.’
‘공무용 차를 멋대로 굴리지 말라.’
‘회의기간 동안 모든 오락·여가 활동을 금하라.’
중국 지도부가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와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통일전선 조직)이라는 대규모 정치 행사를
이용, 부정부패 타파를 위한 전례없는 캠페인에 나섰다. 공산당 지도부가
4세대로 갓 이양된 시점에서 개혁의 첫 출발이 당정 간부 등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척결에서 시작되고 있다.
10기 전인대와 정협 출범을 위해 전국 대표 5200여명이 수도
베이징(北京)에 모인 가운데 관영 매체들은 4일 부정부패를 경고하는
대표들의 목소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협 위원인
자오구이잉(趙桂英)은 "공직자들이 식사할 경우 '1식 4찬'을 기준으로
정한 과거 규정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느냐"며, 공금으로 마구 먹고
마시는 공직사회의 만연한 부패를 질타했다고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자오 위원은 "일부 정부 기관에서 손님을 접대한다는 명목으로 공금을
풀어 최고급 음식과 술을 마구 낭비하는 행위는 인민들의 최대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용 차량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류퉁신(劉同心)이라는 정협 위원이
자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쓰촨(四川)성의 한 도시는 200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1억6000만위안(약 240억원)을 들여 공무용 차량
1100여대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같은 성의
어느 과(課)에서는 공무용 차량 3대 유지 비용으로 매년 10만위안(약
1500만원) 이상의 공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금 낭비에 대한 사회 각계의 비판이 높자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는 아예
참석자들에게 식비 자비 부담 원칙을 만들었다. 최고위 국가 지도급
인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표들은 모두 개인 승용차 대신 버스를
이용토록 제한했다. 특히 3일 시작된 정협 회의는 과거 회의 때
위원들에게 관례적으로 베풀었던 각종 오락·여가 활동을 일절 금지했다.
베이징 시내 관광, 영화·연극 관람, 연회 등 회의 자체와 무관한
일정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도 5일 개막되는
전인대의 정부공작(업무) 보고에서 공직자들의 사치·낭비 풍조 척결을
엄중히 지시할 것이라고 홍콩의 문회보(文匯報)가 4일 보도했다.
부정부패와 함께 공직자들의 권위주의도 척결 대상 1순위에 올랐다.
과거처럼 전인대와 정협 대표들을 태운 수십대의 고급 승용차들이 붉은
신호등을 무시하고 요란하게 베이징 중심부를 통과하는 일은 완전히
사라졌다.
(北京= 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