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과 노다지

(81~94)=바둑 판 위엔 '큰 곳'과 '급한 곳'이 있다. 당연히
'급한 곳'이 상위 개념이다. 노다지가 눈 앞에 보인다고 총알이
쏟아지는데 달려가서야 되겠는가. 81은 누가 보아도 큰 곳. 이세돌도
매우 만족스런 표정으로 이 점을 차지한다. 하지만 급한 곳을 간과했다.
백이 즉각 82로 어깨를 짚어 88까지 울타리를 치니 중앙 흑 돌들이
갑자기 고립된 것이다.

81로는 참고 1도 흑 1로 응급 조치를 먼저 취할 장면. 백은 2, 3 교환 후
4로 막는 정도인데, 흑은 그 사이 자연스럽게 3을 차지하고 있다. 5까지
진행됐더라면 흑의 우세는 변함이 없었다. 뒤늦게 89로 짚어갔으나 이
또한 실수. 참고 2도 흑 1을 선수한 뒤 3이었으면 실전 처럼 중앙 흑을
차단하는 수단이 없었다.

이세돌은 최대한 실리를 땡긴 뒤 곡예같은 타개로 승점을 올리는 기풍.
자신의 전투력에 대한 전폭적 신뢰가 그 바탕인데, 국후에 그는 "쉽게
죽을 말이 아니라고 보았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94로 상변 탈출로는
막힌 모습. 검토 기사들도 "바둑이 혼미해졌다"며 흥분한다. 흑은 이
난국을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