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심판에 대한 각
팀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아 팬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동양―TG전이 그랬듯이, 경기 중 일어나는 선수의 폭력은 일관성이
없거나 잘못된 심판 판정이 화근인 경우가 많다. 각 구단은 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 KBL에 설명회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번 시즌에 이미
11회 열렸고 한 번 더 일정이 잡혀 있다. 아직 리그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시즌 전체(11회)보다 늘어난 것이다.
KBL 심판교육담당관인 제씨 톰슨씨는 "한국은 아마추어 개념으로
프로농구를 하고 있다"고 꼬집은 적이 있다. 물론 프로 도입 연륜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심판들의 자질 문제가 더 심각하다.
스포츠는 한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적 현상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같은 순기능은 경기에 참여하는 세 축인 선수, 감독, 심판이 제
역할을 다 할 때만 유효하다. 이들의 역할이 수준에 못 미칠 때, 특히
심판이 '포청천'이자 '조정자'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이렇게 중요한 심판이 우리나라에서는 학연, 지연을 내세우는
감독·구단의 영향력에 흔들리거나, 심지어 금품 유혹의 대상까지 되고
있다. 스포츠 천국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승부조작'을 위한 부정이
일어나곤 하지만 심판보다는 선수를 노린다. 예를 들면 스타 선수를
포섭, 경기에 불참토록 하거나 부진한 경기를 하도록 유혹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예 법을 집행할 심판을 유혹하려 들기 때문에 준법정신 자체가
와해되고, 결국 판정시비의 희생양이 나오고 있다.
심판들에게 정의의 여신 '디케(Dike)'를 기억하라고 권하고 싶다.
예술작품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 여신은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로는 개인 간의 권리관계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한다는
뜻이다. 두 눈은 가리고 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무사한 자세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판도 사람이니 실수가 있고 선입관이 개입될 수 있으며, 평소의
우호적인 관계마저 은연중에 표출된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기본 정신인 '정정당당함'마저 포기한다면 그것은
이미 스포츠가 아니다.
(방열 조선일보 농구해설위원·경원대교수 yul6@mail.kyu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