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후 서울과
부산 지하철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지하철 운영체계 핵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경고(警告)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서울지하철 5호선에서 일어난 운행중단 사고가 대표적이다. 컴퓨터
자동제어 시스템 오류로 비상제동장치가 작동하는 바람에 일어난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그동안에도 몇 차례 더 있었다니 도시철도공사측은
그간 뭘하고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수리와 점검은 고사하고 시스템의
품질 탓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지난 28일 서울 봉천동에서 출근길 전동차 전원이 끊어져 운행이
중단된 뒤 뒤차 승객 3000여명이 어두운 지하선로에 40분씩이나 갇혀
있었던 사고는 지하철 문제가 단순히 정전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열차 통제시스템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령실이
사고 후 뒤차에 지하선로에 진입하지 말도록 지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앞뒤 열차 사이의 무선교신 시스템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면
구멍이 뚫려도 보통 큰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다. 또 사고 전동차의 전원이
끊겨 종합사령실과의 통신조차 단절됐다는 대목에선 대구의 악몽이 겹쳐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작년에만 서울 시내에서 10분 이상 운행이 지연된 운전장애가 모두 17건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이런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지하철
책임자들의 상황인식은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큰 거리가 있다.

이제 전국에서 하루 7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이용하는 지하철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운행 책임자들은 지하철의
특성상 사소한 사고도 최악의 인명피해를 낳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대구 참사에서 목격한 만큼 운영체계를 포함한 안전문제에
전력을 기울여 매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