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사는 새림(12·수주초교 6년)이와 나림(10·수주초교
4년)이는 좀 별난 자매다. 앉았다 하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은 곧
저희들만의 훌륭한 놀잇감이 된다. 학교가 파하면 동네 여자애들이
새림이네로 몰리는 이유는 바로 '아바타' 놀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저마다 들고 온 스케치북에 원하는 모양의 아바타를 그려주는 새림이와
나림이. '운영자'인 두 자매는 직접 그린 수백 가지 옷과 액세서리,
헤어 스타일도 소유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면
가짜 종이돈을 받고 그 아이의 스케치북에 그대로 그림을 그려준다.
동네에서만 유명한 게 아니다. 언니 새림이는 '자장면을 먹은
꼬불이'(김영사)란 만화로 초등생들 사이 '스타'가 된 12살 만화가.
나림이 또한 꼬불이 동생 '또라'를 탄생시킨 예비 만화가다.
모두 돈키호테 같은 아빠 덕분이다. 병따개 달린 라이터 등 발명품
만들기에 미쳐 "큰돈 한번 못만져 보고 가난하게만" 살아온 아빠
기효석(45)씨. 하지만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그는 아이 키우는 방법도
유별나다. 공부 잘해서 상 타오는 것보다 일기 잘 써서 별점 받아오는 걸
더 칭찬하고, 부인 임학림(43)씨 또한 동네에 학부모회를 만들어
나비여행·꽃여행 등 애들이랑 놀러다니는 일에 앞장서는 별난 주부다.
그 덕에 여태 학원 구경 한번 못해본 두 아이다.
2년 전 어느날 새림이가 낙서장에 그려놓은 꼬불이도 아빠의
'무지막지한 칭찬'으로 세상에 태어난 셈이다. "제 눈엔 어른들이
그린 캐릭터보다 훨씬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
네가 그린 꼬불이가 최고야, 하면서 칭찬했죠. 칭찬의 힘이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낙서장에 흩어져 있던 조각그림이 이야기를 만들고 다시 책으로 묶이고.
집과 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을 일기 쓰듯 그림으로 엮은 새림이의
만화는 2002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으로부터 우수만화제작 지원작에
선정돼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가슴을 두 방망이질 하는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아빠는 부엉이 아빠' '강아지를 싫어하는
미운 할머니' '반장 당선사례' 등 아이들 감성으로 퍼올린 아기자기한
생활 에피소드가 재미있고 신선하다.
새림이 덕분에 징그러운 뱀에서 귀엽고 깜찍한 아기 뱀으로 사랑받게 된
꼬불이와 또라는 곧 인형과 티셔츠로 만들어져 시판될 계획. 새림이는
올해 또 다른 그림책을 펴낸다. 초등학교 1학년때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던 파스텔로 색색이 그려놓았던 동굴들이 주인공. 저마다
개성과 색깔을 지닌 동굴들이 함께 소풍을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