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서울지하철에서 전동차들이 캄캄한 터널 안에 멈춰서고 차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 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은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잇따른 사고 =3일 오전 7시10분쯤 서울지하철 5호선 5029호 열차(기관사 이철희)가 개화산역에서 20m쯤 떨어진 터널 안에서 컴퓨터로 운용되는 제동장치가 갑자기 걸리면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 출근길 승객 250여명이 15분 정도 전동차에 갇혔다.

또 2시간 가량 뒤인 오전 9시37분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서 수서 방향으로 가던 3099호 열차(기관사 조유진)가 역에 들어왔을 때 차장석 문 아래에서 연기가 발생, 소화기로 불을 끄고 승객 100여명을 대피시키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달 28일엔 2호선 봉천역에서 2085호 열차가 멈춰서는 바람에 뒤따르던 2087호 열차가 터널 안에서 멈춰 승객 3000여명이 40여분이나 공포에 떨기도 했었다.

◆ 정비·교육훈련 부실 =잇따른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관사에 대한 교육부족과 정비불량이 지적되고 있다. 정비의 경우 열차 10량을 12~14명이 40분간 점검하고 있으나, 시간이 부족해 꼼꼼히 살피기 어려울 때도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히 러시아워 등 차량이 몰리는 시간에는 검수원이 8명까지 줄어드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기관사 교육도 이론·실기를 겸한 분기당 6시간의 교육이 전부이다. 서울지하철노조 승무지부 양해근 사무국장은 “수만개 부품으로 이뤄진 전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숱한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기엔 태부족”이라며 “화재나 운행중단에 대비한 실기교육도 모의훈련에 불과할 뿐 실제 사고 발생 상황에서의 훈련은 아니다”고 했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는 작년 10건, 올 들어 3건의 운행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예방이 가능한 차량고장이 7건이었고, 운전 부주의는 3건이다. 도시철도공사(5~8호선)에서도 같은 기간 모두 13건이 발생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정비를 철저히 하고 사고발생 때 응급처치만 잘했으면 대부분 막을 수 있었던 사안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봉천역 사고 열차의 경우, 배터리 충전과 관련된 보조전원장치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전동차가 운행에 나서는 등 검수작업이 소홀했다. 기관사 역시 운행 중 고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데다 고장 후 처치에도 미숙하게 대응했다고 공사측은 밝혔다.

◆ 사고 초동시스템 ‘불량’ =봉천역 사고 때는 전동차의 전기가 끊기면서 종합사령실로 무전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령실은 물론 사고 열차의 기관사도 뒤에 오던 열차에 소식을 전하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 전동차 내 무전기로는 열차간 통신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전기가 끊기자 종합사령실은 거의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지하철공사의 한 기관사는 “이런 경우 사령실은 사고가 난 역이 어떤 상태인지 역무실로부터 보고가 없으면 전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화상정보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공사가 담당하는 각 역에는 모니터가 있지만, 이는 역무실에서만 볼 수 있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