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어렵고 고상한 것이란 통념에서 독자들을 구해낼 거에요.”
시인 신현림(申鉉林·41)씨의 목표다. 그녀는 첫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1994) 이후 번역, 미술작품 해설, 사진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로 관심과 저술의 영역을 확대해 왔다. 이번에는
시선(詩選) 해설서 '당신이라는 시'(마음산책 펴냄)를 선보였다.
두 번째 시집 '세기말 블루스'(1997)를 낼 때만 해도 '잡식성
식욕'을 숨기던 그녀는 2001년 돌연 외서 번역에 뛰어들어
'블루데이북' 시리즈(2003년까지 전4권)를 그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띄워 올렸다. 이어 지난해 말 쓴 '너무 매력적인
현대미술'(바다출판사)은 '시인이 해설한 미술 교양서'로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또 신문에 영화 에세이를 연재할 만큼 보통 이상의 영화
지식도 자랑한다.
"미대를 가고 싶었는데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 시도 좋아해서 대학은
국문과로 갔는데, 졸업 후 생계수단을 갖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 사진을
배워 뒀죠." 그의 사진을 눈여겨 본 이들은 신씨 특유의 흑백사진들을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전방위 글쓰기에 대한 세간의 평이 부담스러웠는지 그는 이번 작품을
두고 "전업 시인이 먹고 살려다 보니 별 걸 다 한다"고 변명(?)했다.
책 머릿말도 "이 책을 만들면서 미치도록 시를 쓰고 싶어졌다"로
시작하고 있다.
책의 부제(副題)인 '신현림이 사랑하는 시'에서도 보듯 그녀는 이미
상당한 팬을 거느린 문화 아이콘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다음
카페'에는 '신현림과 문예창작 실기'라는, 팬클럽 회원들이 만든
사이버 사랑방까지 생겼다.
문학과 예술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던 신씨가 이번 책에서 시에 대한 통념
무너뜨리기를 시도한 것도 이런 자신감이 깔린 행위이다. 김소월 김수영
김정환 도종환 안도현 등의 시를 유려한 글솜씨로 풀어내고 있다.
러시아의 한인 요절가수 빅토르 최와 일본의 X재펜, 마돈나 등의 노래
가사를 시의 반열에 올린 것도 '즐거운 놀라움'이다. 재즈, 칸초네,
민요 정선 아리랑, 중국 고전 금병매에 나오는 한시, 틱낫한 스님의
법문, 영화 주제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까지 그녀는 모두 '시'의
범주에 넣는다.
신씨는 이 책에서 "가슴을 울리고 전율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시이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당신'이라는 '시'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형식만 있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시보다는 노래방에서 따라
부를 때 떨림을 주는 조용필과 전인권의 노랫말이 더 시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의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그녀는 시인이다. 다음 시집을 위해
조금씩 써 둔 시가 80편 정도 쌓였다. 그녀는 "시인으로서 내 존재를
확립시켜 준 시집 '세기말 블루스'와 당시 상당했던 독자 반응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