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한국에서 죄값을 치르고 싶어요.”
작년 11월 국내에서 암약 중인 나이지리아인 마약조직의 ‘마약 가방’을 운반하다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서 붙잡힌 회사원 태모(여·25)씨. 서울 이태원의 술집에서 만나 알게 된 술집여종업원 박모(여·34)씨로부터 “가방 하나만 전달해 주면 해외여행을 공짜로 할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영국 교도소에 갇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공항에서 붙잡히고 나서야 가방 속 물건이 코카인 10㎏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태씨는 최근 출장조사차 자신을 방문한 서울지검 마약부 검사에게 “제발 가족에게만은 알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마약이 든 가방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조사된 태씨는 영문도 모르고 동행했다 함께 수감된 친구 방모(여·25)씨와 오는 5월 예정된 재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서울지검 마약수사부는 국내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에 운반책으로 포섭됐다가 작년 5~12월 브라질,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현지 공항에서 붙잡힌 한국인 여성 10명에 대해 지난 1월 말부터 보름간 현장조사를 벌였다. 태씨처럼 단순히 이용당한 경우도 있었으나,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붙잡힌 손모(23)씨와 이모(22)씨는 징역4년, 같이 검거된 손모(23)씨는 징역 5년6월,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검거된 박모(27)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 중 여대생인 이씨는 나이지리아 조직원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가 붙잡혀 그 사실을 안 부모들이 경악했다고 한다.
이들 한국여성들은 한결같이 “어처구니없게도 외국인의 꾐에 빠져 마약을 나르게 됐다”면서 국내 송환을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단순 가담자 2~3명을 제외하고는 중형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면서 “형이 확정되면 형기의 30% 이상을 채우기 전에는 국내 송환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은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나이지리아인들을 영어를 배울 목적으로 만났다가 공짜 해외여행을 시켜준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갔으며, 일부는 육체관계로까지 발전해 헤어나지를 못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 현지조사의 목적은 ‘프랭키’로 알려진 나이지리아 마약조직 두목의 소재 및 다른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것. 검찰은 작년 12월 U씨 등 나이지리아인 3명을 구속했지만 ‘프랭키’를 놓쳤었다. 브라질 여자전용 교도소에 수감 중인 문모(27)씨는 미국인 사업가로 행세한 ‘프랭키’로부터 청혼을 받은 사이. ‘프랭키’는 국제결혼을 망설이는 문씨에게 “친구와 해외여행이라도 다녀 오라”며 여행비를 대주면서 의류샘플 전달을 부탁했는데 그 속에는 코카인 12㎏이 들어 있었다.
검찰은 국내 나이지리아인 불법체류자가 최소 500명에 이르고 그 중 일부는 마약조직에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