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산 너머 저쪽] 전문
몇 주일째 히말라야 산맥 언저리를 더듬다 서울에 돌아와 맨 처음 들은
소식이 소설가 이문구 선생의 타계였다. 마음속의 큰 산 하나가 일순에
무너진 듯한 허전함에 잠시 말을 잃었다.
히말라야 군(群)에 속하는 산을 걸을 때 드는 느낌과 이 땅의 산을 오를
때의 그것이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그 거대한 규모에 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그래서 한나절만 걸으면 너끈히 도달할 듯한 설산(雪山)이
며칠을 걸어도 여전히 그만한 거리를 둔 채 저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우리 문단에 큰 인물이 여럿 있지만 작품 세계의 너비나 인품의 깊이에
비춰 볼 때 이문구 선생이야말로 바로 그 거대한 산을 닮은 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말많고 잡음 많은 문단에서 시종 꿋꿋한 발걸음과
관대한 아량으로 여러 갈등을 두루 조정하며 무슨 일이든 되게끔 한 드문
어른이기 때문이다.
분단의 혈흔이 점점이 묻어 있는, 그래서 한 후배가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서는 페이지를 넘길 수 없다고 한 소설 '관촌수필'을
비롯해 근대화의 추세 속에서 변해가는 농촌 공동체의 어제와 오늘을
복합적으로 형상화한 '우리 동네' 연작 등 그의 소설세계 역시
웅숭깊은 산맥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가 틈틈이 선보인
귀여운 동시들은 그 큰 산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작지만 정감 어린
돌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동시집 '개구쟁이 산복이'
(창작과비평사)에 실린 동시들은 어느 것이나 소박하면서도 맑은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다.
히말라야의 어느 산에 머물고 있던 밤, 소변을 보려고 나왔다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찬란한 별들 사이로 별똥별 하나가 가로지르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선 별똥별이 지는 동안 마음 속으로 세 번 소원을 빌면
반드시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져오고 있다. 산 너머 저쪽으로
떠난 작가가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간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남진우·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