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부부 사이에서 흑·백 쌍둥이가 태어났다. '생부(生父)'는
누구일까?
영국에서 흑백 쌍둥이의 생물학적·법적 아버지를 가리는 '솔로몬의
판결'이 나왔다. "아빠는 흑인 남성이다. 백인 부부가 그 아이들을
키우려면 입양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 7월 영국에서 백인 남편을 둔 한 백인 여성이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았다. 쌍둥이였다. 문제는 외견상 흑인·백인 두 아이가
한꺼번에 태어난 것. 물론 부인이 외도를 한 결과는 아니었다. 부부 간의
불임문제 때문에 시험관 수정을 의뢰했는데, 잉글랜드 북부
국민건강보험(NHS) 산하 병원인 '리즈 제너럴' 의료원에서 순간적인
착오로 '흑인 정자'가 수정됐다.
영국 고등법원의 버틀러 슬로스(Sloss·여) 판사는 "쌍둥이의
법적·생물학적 아빠는 정자를 제공한 흑인 남성 'B'씨다. 산모의 남편
'A'씨는 사회적·심리적 아빠일 뿐이다"고 판시했다.
영국 여성 판사 중 최고령·최고참인 슬로스는 1990년 제정된 관련법에
따라 시험관 아기의 친부모와 아기의 법적 신원을 확인하면서, "백인
A씨 부부는 쌍둥이를 입양하는 절차를 밟아 친자식으로 데리고 살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의미와 취지는 엄격했지만, 당사자인 A·B씨와
영국 사회는 더없이 현명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족의 삶을
존중한 가장 공정한 판결이라는 평이다.
백인 A씨 부부는 "애기들을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법적·생물학적 아버지인 흑인 B씨와 그의 부인은 "아이들은
보고 싶고 또 그럴 법적인 권리도 있지만, 아이들의 '진짜' 부모인 A씨
부부를 생각해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