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수 야당 기민당 당수인 안겔라 메르켈(Merkel·48)이 24~25일
워싱턴 방문에서 부시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의 '이례적인' 환대를
받았다.
동독 출신으로 헬무트 콜 전 총리의 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메르켈은
24일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25일에는 존 메케인 상원의원(공화당·애리조나)과
미·독 의원협회 소속 의원들, 카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박사 등을 만났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과는 70분간 세계 경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숨가쁘게 이어진 실력자들과의 만남, 강연과 연설에서 메르켈은 슈뢰더
총리의 '반미 노선'을 비판했다. '유럽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그는 "군사행동의 예방은 세계의
민주국가들이 협력할 때만 가능하다"며 "후세인에게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서방의 통일된 압력만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아데나워 재단 연설에서도 그는 범 대서양 유대의
증진을 강조하면서 슈뢰더 총리의 이라크전 반대는 모든 독일인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런 메르켈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에 반대하는 척
헤이글 상원의원(공화당·네브라스카)조차도 "메르켈의 방미 목적은
훼손된 양국관계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독일 국내에서는 사민당측이 메르켈의 방미 언행에 반발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의장은 "메르켈이 독일
유권자의 위임을 받지도 않고 독일인 다수의 의지에 어긋나는 외교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미국 정부의 자칭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메르켈은 침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