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북한 주민 돕기 운동을 벌여온 역사학자 피에르 리굴로
(Rigoulot)씨가 최근 저서 '북한, 불량국가(Coree du Nord, Etat
Voyou)'를 출간했다. 북한 핵 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불거진 가운데 책이
나왔기 때문에 그는 요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사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리굴로씨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비판적
거리라는 핑계를 내세워 흔히 머뭇거리는 연구자들과는 달리, 리굴로는
그를 전율케 하는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리굴로씨의 책 「북한, 불량 국가」는 북한 주체사상 형성기,
강제수용소와 기아 사태, 북한 핵 위기 등을 다루고 있어 최근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프랑스 언론에서는 북한 관련 필독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굴로는 "프랑스는 이라크 사태를 놓고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과
충돌하고 있지만, 북한 핵 문제에 관한 한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북한의 이미지는 굉장히 나쁘기 때문에 많은
프랑스인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비판할 때 왜 이미 핵무기를 갖춘
북한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아직 핵무기가 없는 이라크를 위협하느냐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는
것에 중국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큰 의미를 지닌다"라며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면서, 북한의 핵 무장 해제를 바라는 중국 정부의
현재 상태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핵 문제 해법에서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체코의 인권운동 단체 「피플 인 니드」와 함께 3월
2~4일 프라하에서 여는 북한 인권 심포지엄에 참석할 그는 "현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황장엽씨가 미국
의회와 유럽연합 의회에서 증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황씨는 그 누구보다도 북한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니까 오늘날
그의 발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한국을 다녀온 그는 "주한 미군은 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철수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NMD)을 보장
받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파리=朴海鉉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