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1997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제임스 레이니(Laney)
에모리대 교수는 25일 미국의 국제정치 전문 격월간지인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3~4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반도주변 4대국이 먼저 한반도의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고문을 지낸 제이슨
섀플렌(Shaplen)과 함께 쓴 '북한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2단계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첫 단계는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대국이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 미국이 나서서
하기가 어렵다면 막후 채널을 이용해 중국이나 러시아가 4대국의 안전
보장을 주도해나가도록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한반도의 안정이 보장된 이후 포괄적 합의를 이루는 것.
먼저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추출 등 핵계획을 완전히
폐기하고,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완전하고도 지속적인 사찰을
보장한다. 그리고 북한은 재정적인 보상을 대가로 장거리미사일의 개발
생산 실험을 종료한다. 북한은 또 비무장지대를 따라 배치된 재래식
전력을 후방배치한다(단 미군 감축은 없으며 있더라도 5년 내에 매우
제한적으로만 실시된다). 북한은 이어 경제 및 시장개혁을 이행한다.
북한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면 일본은 18개월 내에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5~7년에 걸쳐 배상금을 지급한다. 남북한은 2년 내에 연방에
들어간다. IAEA가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해체했다고 확인하면 미국은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한다. 이 조약은 북한이 핵개발을 재개한다는
신호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KEDO의 구성원들인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EU)은 제네바합의에 명기된 대로 2기의
경수로와 중유도 제공한다. 한국·미국·일본·EU·러시아 등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폐기에 대해 보상한다.
5년 뒤 미·일·중·러와 남북한으로 구성된 동북아시아 안전보장포럼을
구성하여 장기적인 지역안보 체제를 구축한다.
1994년 미국과 북한 간의 제네바합의에 상당한 역할을 했을 레이니는
이번 논문에서도 제네바합의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협약을 사실상 백지화했지만 전쟁으로 100만명 이상의
한국인과 10만명 가량의 미국인이 희생되는 것을 막는 등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레이니는 또 제네바합의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8년간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으며, 미국도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지를 끌어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레이니와 섀플렌은 현재의 북한핵 문제는 위기이긴 하지만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세계의 가장 위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북한핵과
관련해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