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빨리. 차 판 내려놓고. 다른 데로 도망가. 올라가라고.…
차(車) 죽이고 가야돼."대구 지하철 참사 때 운전사령실이
1080호 기관사와 나눈 마지막 교신 내용은 무책임하기 그지 없다.
거기 더해, 공사가 책임 회피를 위해 이 부분을 고의적으로 누락시
켰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안겨주기 충분하다.

경찰은 어제 지하철 공사 감사부 간부 2명이'민감하다'는 이유로
이 교신 내용 삭제 지시를 내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교신 후 기관사가 전동차 전체의 전원을 끊었다면,
한 50대 장애자의 방화보다 결과적으로 승객의 탈출을 막은
이 행위가 더 큰 범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1080호 기관사가 현장 탈출 뒤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세 차례나 경위서를 쓴 뒤 11시간 만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의혹투성이였다. 게다가 경찰은 사고 기관차의 기관사들 진술과 공사가
제출한 녹취록, 테이프만 믿고 첫 수사에 임했다. 사고 열차를 서둘러
옮기고 현장을 물 청소 해버린데 대해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이처럼 녹취록 고의 누락 사실까지 드러난 이상, 엄정한 수사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작·은폐가 이뤄졌는지를 규명해야한다.

더욱 참담한 것은, 촌각(寸刻)을 다투는 위급 상황에 드러난 직업
윤리와 책임감의 수준이다. 두 차례 통화 어디에도 승객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않는다. 기관사에게"차 죽이고 가"라면서"승객들은
대피했느냐"는 한 마디가 없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30명이
넘고, 수백명이 실종 신고된 이 엄청난참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는 지금 다시 돌아보아야한다. 안전장치 미비뿐이 아니다.
직업 윤리 부재가 대형 참사를 불렀을 수도 있다. 철저한 수사로
잘잘못을 명백히 가려야만 제2, 제3의 참사를 막고 참사 희생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