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선, 노사모, 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지난 대선에서 48.9%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가 오늘 대통령으로서 향후 5년간의
국정운영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그의 정부를
'참여정부'로 명칭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또 국정 원리로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 투명과 공정,
분권과 자율을 강조했다.

취임 초기는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정체성 정립'을 위해 구상해온
개혁정책들을 펼치기에 매우 좋다. 이 시기에는 국회, 언론 나아가
국민까지 새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큰 기대와 호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민심이 동요되고, '4000억 대북
송금문제 규명'과 관련해 정치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관계 등 국제관계가 경색되면서 나라
안팎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려는
그의 향후 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취임 초기
노 대통령이 직면한 과제는 심각한 불안과 갈등을 극복해 안정과 화합
속에서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노대통령은 그가 존경하는 미국 링컨
대통령의 경험으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노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어온 링컨은
'남북전쟁'으로 인한 국가적 분열 위기 속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링컨은 일반 선거에서 약 40%의 지지로 당선된 '소수파 대통령'이었다.
또한 취임과 함께 노예해방에 대한 의견 차이로 11개 남부주(州)들이
연방을 이탈했고, 남부연맹의 인정문제로 인해 영국·프랑스등 유럽
열강과 마찰을 겪었다. 아울러 링컨이 속한 공화당은 다수당이었으나
링컨 자신은 공화당 내 온건파의 지도자에 불과해 정치적 기반이 미약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링컨은 그를 지지한 40%의 대표가
아니라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포용과 협력에 기초한 정치로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냈다. 즉 남부 접경 주들에 대해 부분적으로 노예제도를
인정해 추가 이탈을 막았다. 야당인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을 내각에
입각시키고 재선에서 야당 출신 앤드루 존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또 남북전쟁 후 피폐한 남부 주들에 대해 징벌 대신 재건을 우선으로
하는 온건한 전후 대책을 입안하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유연한 국정 운영으로 국민적 대화합을 도출해 냈다.

이제는 노 대통령의 차례다. 그 역시 지역·계층·세대 간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해 국민 화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를 위해
먼저 국정 운영 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위정자들의 권력 남용을
억제해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를 이룩해야 한다. 또 침묵하는 다수를
적극적으로 정치의 장에 유도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고루 등용해
'비노(非盧)'세력을 포용함은 물론 지역주의의 오랜 병폐를 극복해야
한다.

개혁은 중단 없이 꾸준히 실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포용과 타협으로
개혁의 주체와 객체의 구분 없이 국민 모두가 개혁에 동참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혁은 일부 계층을 배제한 채
그들의 이익을 다른 곳에 넘겨주는 제로섬게임으로 진행돼서는 안 되며
국민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윈·윈게임이 돼야 한다. 노 대통령도
개혁 과정에서 국민 모두의 동참과 화합의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참여정부를 표방했다. 노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광화문을 뒤덮은
감격과 환희의 노란 물결을 항상 기억하고, 그러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화합의 리더십을 통한 성공적인 국정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노 대통령이 5년 후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
속에서 아름답게 퇴임하는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咸成得/고려대 교수·대통령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