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후보 인사청문회와 관련,21일 백형환 당시 대통령 정무수석의 비서관(왼쪽)과 신두순 대통령 의전비서관이 고 후보의 5·17 당시 행적에 대한 증언을 하고 있다.<a href=mailto:gibong@chosun.com>/전기병기자 <

고건(高建) 총리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인 21일, 여야 의원들은 18명의 증인을 출석시켜 ‘5·17’, ‘10·26’ 등 국가위기 때 고 후보의 잠적 및 병역의혹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국회는 25일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한다.

◆ “무단 근무지 이탈은 파면감” 대 “사표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시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고 후보가 출근하지 않고 20일간 잠적했다는 의혹과 관련,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렸다.

신두순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고 후보의 행적은 고위공직자의 무단 근무지 이탈로 해임조치는 파면에 해당한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젊은이의 장래를 위해 의원면직 처분해 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계엄 전국 확대를 군정이라며 출근하지 않은 고 후보가 신 군부 정권에 출사한 것은 잘못”이라는 등 시종 고 후보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고 후보는 청문회 첫날 “운전기사를 시켜 최광수 비서실장 보좌관인 이송용 비서관에게 사표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송용씨는 사망했다.

고 후보의 당시 운전기사였던 신판근 증인은 “고 후보가 ‘비서실장에게 연락해 뒀으니 가보라’고 해 이송용 비서관에게 봉투를 전달했다”고 했고, 황호황 당시 치안비서관은 “고 후보가 5월 17일 자신의 도장이 당시 고 수석의 비서였던 백형환 비서관의 책상에 있다고 해서 책상서랍을 뜯어 도장을 고 후보에게 전달했다”면서 “그때 탁자 위에 사직서가 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백 비서관은 "17일 밤 늦게 고 후보가 내게 전화를 해 '사직서를 냈다. 책상정리에 신경쓰라'고 했다"면서 "이 얘기를 이재원 전 정무비서관에게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재원 전 비서관은 "고 후보가 출근하지 않아 백 비서관에게 물어보니 전날밤에 '결석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며 고 수석이 '사표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비서관은 "18일 오전 고 수석의 자택을 방문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 돌아왔다"고 했다.

◆ 10·26 당시 잠적 의혹

고 후보가 79년 10·26 직후 사흘간 잠적했다는 한나라당 주장과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노재현 전 장관은 “나는 당시 국방부에만 있었고 청와대에 간 적 없어 청와대에서 고 후보를 볼 수 없었다”며 과거 자신의 증언을 뒤집었다. 노 전 장관은 월간지 인터뷰에서 “10·26 직후 청와대에서 고 수석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 전 장관은 "10·26 이후 청와대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고 수석을 볼 수 없었다"고 했으나,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 질의에는 "빈소를 지키기 위해 청와대를 한 번 들어간 적이 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백형환 당시 정무비서관도 "10월 27일 오전 고 후보가 청와대 구내전화로 '청와대 본관에 있다'고 했다"며 출근 사실을 증언했다.

◆ “노 당선자 재벌정책 어떻게 생각하나”에 “경제계 의견 수렴해 추진”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노 당선자는 출자총액 제한제도, 집단소송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등 3대 재벌개혁 과제는 흥정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추궁했다. 고 후보는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지금 시행 중이고, 집단소송제 등 두 가지는 경제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현 정부와 인수위가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되고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대한민국이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원칙하에 속도감을 내 잘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고 후보는 "그렇지는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고 후보는 "한·미동맹의 본질은 훼손돼선 안되며, 시대변천에 따라 발전적으로 동반자 관계를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고 "용산기지가 좀 더 멀리 남쪽으로 가는 것은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 "인수위 장관추천은 들러리 총리 만드는 것 아닌가"에 "장관제청에 큰 참고자료"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새 정부 각료 인선에 5배수 명단을 보고했다는 언론보도가 있는데, 총리 후보는 허수아비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견해를 물었다. 고 후보는 "인수위 자료는 제청하는 데 큰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대북송금, 통치행위인가”에 “사실규명 후 판단할 문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송금 문제는 고도의 통치행위라서 사법심사 대상으로 부적절하다고 한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고 후보는 “사실관계가 밝혀진 뒤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고 후보는 ‘국회가 대북 뒷거래와 관련한 특검제 법안을 의결할 경우 새로 취임할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의 질문에는 “국회의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