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소박한 사랑이 마다가스카르 피어레나나 강가에 있는 아버지와 아들을 끈끈하게 묶어 준다.남아프리카공화국 사진 작가 루이즈 굽의 작품.

◆FAMILY

(지오프 블랙웰 엮음/정현종 옮김/이레/1만5000원)


배꼽에 탯줄을 매단 채 세상의 광명을 한아름 안은 갓난 아기를 보라.
'국화빵' 분신 같은 새 생명을 얻고 아비·어미가 된 감격!

빛 바랜 결혼식 사진 속, 면사포에 기대 행복을 소망하는 할머니를
회상해 보라. 기쁨과 서운함이 교차한 그 주름진 얼굴을….

울면서 태어나 투덜대며 살아가다 후회로써 마감하는, 우리의 삶 자체가
고난이다. 낙담의 순간에 희망의 햇빛을 심상(心想)에 비추고, 틈만 나면
퇴로를 찾다가도 전쟁 같은 일상에 버젓이 복귀하게끔 에너지를 주는
이는 누구던가. 그 이름만으로도 고맙고 가슴 벅찬 '가족'을 향해
절절한 마음을 새털만큼이라도 토로했던 적이 있었던가.

생물로서의 본능, 인간애의 최고 구현체인 '가족'이 정지화면으로
모였다. 'MILK(Moments of Intimacy, Laughter, and Kinship)
프로젝트'의 세번째 작품 'FAMILY(가족)'다. 뉴질랜드 MILK 출판사가
1999년 그 이름에 걸맞게 '친밀감·웃음·가족사랑의 순간들'을 담은
작품을 총상금 70만달러를 내걸어 공모했고, 전세계 사진작가 5만명을
개별 접촉해 164개국 작가 1만7000명이 보낸 사진 4만여점을 심사했다.
그리고 'Friendship(우정)' 'Love(사랑)' 'Family' 등 각각의
주제에 맞는 작품 100장씩을 엄선한 사진집을 냈다. 국경이나 피부색, 잘
살고 못 사는 인위적 구획이 '가족'이란 화로 안에 '사랑'이란
불길로 녹아 어우러졌다. 그래서 '보는' 사진이 아니라 읽는
사진들이다.

미국 뉴욕에서 작가·음악가로 활동 중인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족은 최후의 위대한 발견이자 우리의 마지막
기적이다. 가족의 사랑은 바람과 같다. 본능적이고 꾸밈이 없으며 부서질
듯 연약하지만 아름답고 때로 서로에게 화를 내도 결코 멈출 수 없는
사랑, 그것은 우리 모두의 숨결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힘이다."
정현종 시인은 "인간애의 한 형태인 가족의 이상주의를 보여준다.
우리와 너무 닮은 꼴이어서 얼른 책장을 넘기고 싶을 지경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민주적 행위인 '사랑'을 타고
났으며, '자연의 걸작'인 가족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때로 가족의
연(緣)을 해체하고 혈육을 갈라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도 우리 자신이
아닌가. '가족'을 담은 사진이 박제가 되지 않고 늘 꿈틀대는 이유를,
다시 '가족'을 외치는 까닭을 되뇔 필요는 없을 것 같다.